| 저자 | 정원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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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포스터
그곳에는 외계인을 목격한 사람들의 얼굴 사진이 붙어 있다
안면홍조 구두 소리도 붙어 있다
성 소수자의 외침까지 붙어 있다
이곳에 무엇을 더 갖다 붙여야 우주의 황무지를 발견할 수 있겠는가?
거울 속에서 펑펑 우는 나를,
불타는 기린을,
우울증에 자살한 고위 공무원을,
보도블록 사이에 휴머니스트인 맨드라미가 붙어 있다
미녀 마스크 곁에는 스토커인 신종 바이러스가 붙어 있다
변태 성애자 사진 밑에는 자랑스럽게 현상금도 붙어 있다
불난 아파트에 초인종 속에
동생을 구하러 갔다가 숨진 형의
진심이 숨어 있다
수평선에는 듬성듬성 털이 숨어 있다
이민 간 선교사 친구에게는
말 못 할 가족사가 살갑게 숨어 있다
숨어 있다는 것과 붙어 있다는
같은 피를 나눈 형제
달빛 포스터에는 우주의 황무지를 발견할 재간이 숨어 있다
발견이란 붙어 있다 떼어내려고 할 때 가장 힘이 세다
금 간 빌딩 벽에 뻘쭘해 있는 너의 뒷모습을 붙였다 떼어본다
그 빈자리에 희미하게 달빛 강물이 차오르고,
달빛에,
황무지의 피가 흐르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
벌거벗은 조약돌
조약돌에 얼굴이 있다면 믿어야지
당신네들 전생의 얼굴이 반들반들 꿈꾸면서 빛나고 있다면 믿어야지
조약돌에 꿈꾸는 얼굴이 옹기종기 모여 산다면
굳게 믿어야지
힘을 뺀 표정으로
조약돌이 꿈꾸는 세계까지 나아가
행복해하는 얼굴에 사마귀 점까지 점지해 주겠다면 믿어 드려야지
우리가 잘 아는 바람의 얼굴이
조약돌의 둘레를 1번 공전하여
제자리에 올 때까지를 1년이라고 한다면,
그럼, 조약돌이
갈매기 뒤통수의 둘레를 1번 자전하여 제자리에 올 때까지를
전생이라고 이름 붙여도 그럴싸하네
조약돌의 세계관을 예습, 복습할 시간은 충분하지
조약돌과 조약돌이 충돌하여
이목구비를 가진 새로운 해변이 생겨난다면
이 시대를 변화시킬 수 있는 파도를 받아들여야지
아마도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조약돌의 근삿값은
폐경을 앞둔 수평선까지라고 말하고 싶지
조약돌과 조약돌이 충돌하여 새로운 파도가 넘실거리고
파도와 파도가 충돌하여 갈매기의 바다가 드넓어진다면
하늘은 수평선에 벌거벗은 구름 같은 미래를 선사해도 무방하지
조약돌을 한낱 새장쯤으로 여기는 사이비 장자의 유혹에 넘어가더라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거지
벌거벗은 조약돌에 못 박혀
늙은 염소 한 마리로 영영 잊혀질 수만 있다면,
고비마다 포말감 넘치는 파도의 모습으로 부서지지 않아도 되는 거지.

정원선 l
1996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2019년 《시로여는세상》 신인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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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