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공시사의 시선
Extra Form Output
저자 김균탁 

   

  

 

 

                                                    

멸종 위기종 인간

 

 

 

 

  심장을 기어다니는 벌레를 잡으려고 가슴을 열었다. 혈흔이 배꼽에 고여 소금기 가득한 우물을 만들고 지는 해는 꿈틀거리며 척수액 사이에 햇빛을 떨어뜨렸다. 익사한 벌레가 소금기 빠진 얼굴로 근심을 가득 몰고 와 말라버린 우물의 깊이를 가늠했다. 심장을 기어다니던 벌레는 절망이라고 울었지만, 멸망이라는 메아리가 부서진 우물을 타고 지구 밖으로 흘러 나갔다. 절지동물이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신발의 개수만큼 눈물을 바닥에 떨구었다. 환형동물이 꼼지락거리며 심장에 난 생채기를 간질였다. 가슴을 열자 튀어나온 혈관의 흔적.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다 겁 없이 뜯겨나간 조각난 숨결. 길어지는 호흡을 따라 환형동물의 몸뚱이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고, 절지동물은 자신의 발뒤꿈치를 들어 빨라지는 맥박의 숫자만큼 교차하는 발의 횟수를 늘렸다. 절망이 정말 심장으로부터 시작해 폐를 거쳐 폐허가 된 곳에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폐포가 물풍선같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튀어 오른 물방울에 비친 것은 멸종 위기종의 발자국들. 지구를 기어다니며 땅을 온 힘으로 밀어 올리던 허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없는 세계는 없다고 부서져 내리는 몸들이 바스러지며 바람에 날려 흔적을 지웠다. 없는 세계가 있는 세계를 보며 서럽게 울었다.

 

 

 

 

 

 

 

 

  

 

 


 

공시사의시선_김균탁.png

김균탁  l 

2019년 《시와세계》 등단. 시집 『엄마는 내가 일찍 죽을 거라 생각했다』가 있음.

 

 

 

—

2024년 7월호 공시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