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공시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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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충기 

   

  

 

 

                       

외면

 

 

   

 

 

같은 곳에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남자가 있다

 

길가의 풀잎들을 짓밟는 사람들의 얼굴보다

그들 발밑에서 잔뜩 웅크리는 잎사귀가 더 찌그러진 동그라미 같다고

 

눈을 부릅뜨면서

자세를 고친다

 

동그라미가 아닌 일직선으로

 

그는 압박 따위를 받아가며

죽기 직전까지 간다

 

그런데도 그는 주머니에서 축축한 수건을 꺼내

누군가 밟으려고 한 잎사귀에게까지 갖다 댄다

 

찬란한 조명 속에서의 바쁜 사람 소리가

먼 바닥부터 계속 긁어대는데

 

그는 결코 혼자가 되지 않으려고

바닥에서도, 일어서 있다는 생각을 하며

 

잠을 자고

코를 훌쩍이다가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바닥까지 날아간

잎들에게도

무진장 품을 내주려는 마음으로 우린,

또 몰락할 수 없을 거라고 재차 말하지만

 

숨이 모이면 모일수록

​그를 떠난 사랑의 혼은 점차 메말랐다

 

날은 한창 뜨거웠고

사람들의 표정은 크게 찌그러졌다

 

​남자는 아주 잠깐, 동그라미가 되려다가

누군가로부터 납작해졌다

 

그가 걸어간 바닥에선 눈물방울이 맺혔다

​

그는 자기 몸을 더 이상 쭉 뻗을 수 없게 되자

울음이 터졌다

​

거리는 다시 번쩍거리다가

지저분해졌다

 

아무도 그를 치우려고 하지 않았다

 

 

 

 

 

  

 

 

 

 

 


공시사의시선_이충기.png

이충기  l

2020년 《사이펀》 등단. 시집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최소한의 안녕』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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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호 공시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