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성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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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가 걸음을 멈추면
날씨는 구체적인 촉감을 원하지
마른 시간을 견뎌낸 모래는
아직 미래를 맛보지 못한 여행자들 틈에서
깨달음을 얻은 견고한 알음 알갱이다
바람이 굳센 제 의지를 밝혀놓으면
우리 앞에 인생이 사소하여 흩날릴 걸 알지만
모래는 안다고 말하지 않고 모른다고 흩어지지 않는 침묵을 쌓는다
비교적 밝은 태양 아래에서 명료와 명상에
발음이 꼬이는 걸음으로 걷다가
단추를 꼭꼭 채워도 느린 걸음이고
느림에 밟혀서 둥글어지는 세상의 저편
어쩌면 사라지는 이슬의 투명한 구에서
차가운 표정을 잘게 부수는 연습은 진행 중이다
화씨에서 섭씨로 전환하는 새벽의 반짝임은 얼어붙고
얼었던 물질에서 낮술 한잔 따라 마시면
어디에도 없는 궁전이 신기루로 피어오른다
그때 와르르, 또는 와장창
한때의 견고한 형태가 의태어로 무너지는 모래언덕
모래의 아우성을 들었니, 들리니
흰 모래에 밟히면 흰 바람의 술래가 되지
술래는 누룩 같은 슬픔이 있어 차갑지만 뜨겁게 부풀어 오른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길래 술빵처럼 부풀었을까
어떤 마음을 텅 빔으로 오래 뜸을 들이는 것일까
낙타는 두 개의 물음을 허공에 싣고 가다
문득 답을 내려놓는 사막이다

김성희 l
2015년 《미네르바》, 2024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시집 『나는 자주 위험했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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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