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공시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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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태훈 

   

  

 

 

                          

자개 문

 

 

 

 

 

  갈 수 있는 곳까지만 가는 것이 산책이다 잠든 너의 얼굴에 걸린 안경을 벗긴다 먼 곳은 볼수록 더 걷고 싶게 된단다

 

  자다 깬 네가 안기며 말한다

  방금 꾼 꿈이 너무 아쉬워 다시 자야 한다면서

 

  커다란 자개 문을 열고 들어갔다고 했다 점점 작은 자개 문이 나오는데 몸을 잘라서라도 들어갈 수 있었다고 열 때마다 아름다운 문이 나와서 들어갈 수밖에 없는 문 그렇게 문을 열다가 깨기 전에 마지막으로 연 문의 다음을 못 봤다고

 

  잊지 않겠다며 꿈을 메모장에 쓴다 세밀하게 묘사할수록 문은 점점 모를 것이 되어 가지만

 

  아름다운 문을 봤구나

  네가 본 문이 마지막 문이어서 가장 아름다웠을지도 몰라

 

  이런 말을 하는 나에게 너는 잠들기 직전까지 자개 문에 관해 말하다가 잠에 든다 혹시나 다시 같은 꿈을 꿔서 문을 열어버리면 어떡하나 문도 없는 곳에서 문을 찾겠다고 멀리 가버리는 상상을 하는 동안

 

  나는 잠들었고 네가 알려준 것보다 훨씬 흉한 문이 나오는 꿈을 꿨다 검은 문 주변으로 두루미가 주변을 맴돌고 썩은 나무가 뽑혀 있었다 네가 문을 찾느라 여기까지 올까 봐 나는 두루미를 내쫓고 나무도 문과 함께 태워버린다 아직 네가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 너는 여기까지 올 것 같다

 

  아주 작은 문을 보기 위해

  몸을 다 버리고 눈 두 알만 남는다고 해도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건 생각하지 않고

  내게 문은 어디 있냐고 물을 너의 문은 네가 알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어떻게든 존재하는 것

 

  나는 불 속으로 들어가 네가 오기를 기다린다 여기 문이 있다고 이렇게 빛나는 문을 본 적이 있냐고 손을 흔들어야지

  여기가 마지막 문이냐고 물으면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나서 그만 돌아가자고 나갈수록 점점 추해지는 문 바깥으로 우리가 걷고 늙어가면서 너의 꿈이 이렇게 아름다워진 거구나 중얼거리면서 문을 통과하느라 버려진 너의 몸을 하나씩 주워 조립하면서

 

  기지개를 켜기 전까지 네가 지나온 문의 아름다움을 들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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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l

2018년 독립문예지 《영향력》에 시 발표로 작품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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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호 공시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