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 저자 | 강나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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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기린
단잠을 자고 눈을 뜨면 구름이 차려진 아침을 먹어요
머리는 차갑고 심장은 뜨거워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 않아요
이별의 말은 저 위에 뒷모습을 보인 기억은 저 아래에 있어요
생각과 움직임 사이에 시간이 있어요
이런 여유를 갖는 건 목이 긴 짐승에게나 가능한 일이에요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생각에 잠긴 사람을 보곤 해요
그들도 아주 긴 목을 가지고 있어요
땅에 고인 단비에 혀를 적시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아무도 몰라요
긴 슬픔을 구부려 심장을 낮추고
물 가까이 얼굴을 밀면 목울대가 물결보다 먼저 울어요
안녕, 반가운 마음으로 건넨 인사가
안녕, 작별 인사가 되는 건 꼭 시간의 문제만은 아니에요
계절이 바뀌어도 다다르지 못하는 마음이 있잖아요
긴 생각은 열까지 빛깔의 조약돌을 모으다 길을 잃는 일
심장 빛에 가까운 돌 하나를 골라 멀리 던지고
달콤한 아카시아 잎을 찾아가듯 느릿느릿 걸음을 옮겨요
오래 골몰하느라 뒤늦게 나온 별들이 가득하고
잘 가, 인사가
잘 자, 인사로 바뀌는 만큼의 거리를 지나왔어요
이별의 말은 목이 길어요
이제 긴 목을 접고 누운 꿈속이에요
따닥따닥 발굽 소리를 내며 날개 아픈 새를 태우고
하늘을 달릴 거예요

강나무 I
2020년 〈김유정신인문학상〉 수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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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