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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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점을 찍고 싶은 계절
구원을 가져다줄 구두를 바라보고 있어요
끝이 있어 소중한,
시작은 빛나는 코를 가지고 있군요
그것은 어루만지는 높이를 가진 자들의 내력
세상은 끌고 가지 않으면 끌려가게 된다는데
변치 않길 바란다면 진정 변해야 한다는데
떨쳐내지 못한 어둠을 어떡하죠,
봄을 잃은 기억 위로 비가 내리고 있어요
격리된 시간만큼 격분은 늘고
가벼워진 사람들은 자꾸만 여기를 떠나 저기로 가고
위태로운 안부에 너도나도 안면을 숨겨요
이대로 가다간 심장을 하나 더 구해야 할 것 같아요
나비의 날갯짓에 닳아진 바위가 증인이 되는 저녁
겁, 겁이 나요
마음 없는 곳에서 미움만 키우다 미구가 된 느낌이랄까
꽃이 오는 소리에도 팔을 벌릴 수가 없네요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동안
물색 모르는 질문들만 번지고 있어요
이쯤에서 구두점을 찍으려면
거죽만 남은 입 큰 짐승의 질긴 울음을 삼켜야 하는데
손끝이 떨려와요
부디 가는 길이 아름다울 수 있길
뜻을 얻고도 멈출 수 있길
빛나는 코가 들썩, 구두는 떠날 준비가 되었나 봐요

김 휼 I
2007년 《기독공보》 신춘문예, 2017년 《열린시학》 신인상 당선. 시집 『그곳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 『말에서 멀어지는 순간』 있음. 〈열린시학상〉 〈목포문학상〉 본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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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