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 저자 | 이충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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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는 기억의 수용소다
아무도 앉지 않으려는 의자에 내가 먼저 앉았다
검게 칠해놓은 문들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나는 그 문을 조심스레 열어 들어갔다
엉덩이에 땀이 차도록
머릿속이 하얘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까 싶어
앉아 있던 의자에서 다시 일어나
베란다로 그걸 옮겼다
의자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는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짐작이 가면
나는
그 의자를 집안으로 들고 와
가만히 오래 앉아 있다가
온종일
의자 위에서
시를 썼다
그 어떤 흔한 단어 속에도
꼭 기억해야 할 무엇이 있으니까
잠을 자야 한다면
침대 위로 올라가
따뜻해진 엉덩이를 더 포근히 감싸서
눈을 감았다
혹여 눈이 일찍 떠져도
나는 다시 사랑하기 위해
의자에 앉았다

이충기 I
2020년 《사이펀》 등단. 시집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최소한의 안녕』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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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