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원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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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은 작고 둥글지
호루라기야,
적요의 놋그릇 속 은빛 호루라기야
참았던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가
단 한순간 뱉어내어 볼게
그럼 소리를 내어주겠니?
휘, 너를 양호실 침대 위에
포근히 뉘어주던 때가 떠오른다
스스럼없을 만큼 많은 땀을 흘렸고
계주의 끝을 알리는 소리
창밖에서 청량하게 들려왔지
달리는 아이가 떨어뜨린 땀 한 방울 주워
다시금 아이에게 건네어 주는, 헛된 일처럼
겨를이 없을
복도,
설치된 적외선 카메라 앞을 지나
까진 무릎 위로 교복 치마를 거둔 채 절뚝거리면서
응고되지 못한 유리알처럼 희맑게 웃던
저기 봐,
내가 너를 부축하는 모습이 카메라 속
마치 하나의 몸처럼 보인다
산 사람은 빨갛고
색은 증상이 아니지만 호소할 수 있는
빈약한 소음이자
시끄럽도록
뒤채던
쇠 주전자
속
보리와
수수 알갱이들,
열과 함께 부유하던 빛
목에 붙은 해열제
청결하던 종소리
신발에서 슬리퍼로
늦봄에서 여름
산 사람은 빨갛고,
더 이상 살지 않는 사람의 속엣것들까지
새빨갛게 비춰 보이던
멍청한 자동 기계를
휘, 너는 믿어?
계속, 땀이 났어
땀을 그만 흐르게 해줘
그 시절 노곤했던 햇살들은 땀에 젖은 휘의 앞머리 사이로,
실내로 가득히 아른거렸고 옆쪽의 침대를 가린 동그랗게 구멍이 송송 뚫린 커튼과 휘의 이마 위로 구슬처럼 맺혀 있던 빛의 작은 알맹이와
삐걱이는 복도를 우린 모르도록 하자
마루는 마루대로 삐걱이지만
그럼에도 몰려오던 볼에 열띤 친구들과
바깥으로 밀려나던, 나
그리고
교환되는 입구와 출구,
들숨과 날숨
돌출된 마루의 못에
그대로 걸려 넘어지곤 했던
기억 속 그 여름을
휘, 너는 믿어?
조회대 안쪽에는 창고로 쓰이던 좁고 낮은 해그늘이 오늘까지도 있다 나는 그런 공간의 꿉꿉함을 사랑하고
캄캄하지만 다 보이는
노란 바구니 속 가득 쌓인
두 가지 색 유니폼
빛바랜 땀자국
먼지 낀
구슬들
녹이 슨 호루라기를 불면
안에 든
지금은 굳어 더 이상 순환하지 않는 쇠구슬들,
그동안의 모든 기억들을
작고 동그랗고
또랑또랑하던
한때의 호흡으로 불어볼 순 없는 거니?

김원호 I
2023년 독립문예지 《무트로》로 작품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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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