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 저자 | 백진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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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살인
a가 사라진 방에는 전신거울만 덩그러니 남아 잘 정리된 풍경을 비추고 있었다 비현실적으로 깨끗한 무슨 일이 있어도 상처받지 않겠다는 듯이
모든 것을 지켜본 거울은 입을 꽉 다문다 머리를 내놓지 않으면 베어버릴 테다 거울을 향해 겨눈 칼끝은 어김없이 너의 목을 찌르고 있었다 이것이 a가 남긴 마지막 단서가 아닐까 핏방울마저 삼켜버린 완전한 범죄 끝은 늘 시작에 닿아 있지 있던 것을 없는 것으로 돌려놓는 것 마치 처음부터 여기 없던 것처럼
a는 거울 앞에 앉아 혀를 내밀었다 자신을 향한 조롱이 되는 표정
입을 열지 않으면 혀를 자를 테다 칼은 a의 혀를 썰고 있었다 거울 속 문이 열렸다 닫히는 것을 본다 그럴듯하군 교묘한 틀린 그림 너는 울고 거울은 입꼬리를 살짝 들어올렸다
유리창에 부딪쳐 죽은 새 거울에 비친 어항에 발을 집어넣는 고양이 풍경이 마구 흔들린다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백진희 I
2021년 《포엠포엠》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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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