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심강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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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헬로 잭*! 우리가 간다
그날 도시의 겨드랑이는 우리 모두를 잭 오랜턴**으로 끼고 있었나 봐. 1번 출구에서 경사진 입구로 접어든 우린 내일을 알아볼 수 없었던 거지. 우린 그 순간 아직 켜지지 않았으므로. 그러니까 오르막을 오르는 긴가민가한 오늘과 조우했으므로. 우린 잠시라도 점화되길 원했지. 겨드랑이가 사타구니처럼 답답했으므로, 골목 저편에서 어제 어제 또 어제를 서명한 내가 싫은 나를 찢어 버렸으므로
사실 우리의 가면과 복장은 잭, 미래에서 온 너를 속이기 위한 기만적인 신호였지. 인기 있는 악마가 되려고 안달 났지. 악마가 되어야만 악마에게 속지 않을 이유를 안다는 듯이
머지않아 겨울이었고 엄마가 부쳐 올 김장김치 같은 달큰한 시간의 포기가 겹겹이 쌓여 있었지. 너도나도 끼룩끼룩 규격에 맞지 않는 날개를 버리기 위한 길이었나 봐. 축제는 그런 거잖아, 날개를 제단으로 쌓아서 비로소 온전한 몸뚱이를 얻는 것. 푹 절여지는 것
내 손을 잡은 건 오 년째 알바를 하고 있는 내 친구의 친구와 또 그 손 건너 날개를 집에 두고 온 날마다 코가 길어져 걱정인 비정규직 입사 일 년째인 친구와 미안한 건 사치가 아니라고 믿는 친구의 애인이, 내 뒤와 앞과 또 그 옆엔 아무튼 사서 고생하는 게 얼마나 큰 사치인 줄 아는 수많은 표정들과 그래서 우린 너무 꽉 끼는 감정들을 입고 있었으므로 한 몸이었으므로 누구 몸 하나쯤 잃어도 금방 재생되는 유기체로 포개졌지
부디 우릴 잭의 방탕함을 모방한 탕자쯤으로 단정짓지 마 당신. 그 골목에 발을 디딘 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 뭐라니, 그늘로 배율을 조정하는 뒷골목은 저쪽 세계를 훔쳐보는 잠망경 같은 거라고 한 건 젊은 시절의 당신이었잖아
단풍이 드는 속도로 혹은 잎사귀가 떨어지는 기미로 내일을 읽을 순 없을까. 여기까지다. 수도 없이 들었던 말. 내가 연애와 취업에서 실패한 건 여기까지다, 선의의 선을 넘지 않는 것. 그러고 보니 여기가 매번 새로운 막다른 출발점이었던 거지. 그러니까 쌓인 제단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본 건 잭이 입으로 불고 있는 성냥개비였어. 지펴진 불이 타오를수록 득의의 웃음은 붉게 현실로 번져갔지. 하지만 난 알고 있었지. 누군가 우리를 잭 오랜턴으로 들고 다니리란 것을. 그건 결코 잭에겐 허용되지 않는 도구란 것을.
* 아일랜드에 전해지는 이야기. 잭은 악마를 기만한 벌로 사후(死後), 천국에도 지옥에도 가지 못하고 헤맨다
** 호박에 눈 코 입 모양의 구멍을 파서 만든 등으로 핼러윈을 대표하는 상징물이다

심강우 I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201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2017년 〈눈높이아동문학상〉 동시, 2017년 《어린이동산》 중편동화 당선. 시집 『색』, 소설집 『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 등, 동시집 『쉿!』 등, 동화집 『꿈꾸는 의자』, 장편동화 『시간의 숲』이 있음. 〈수주문학상〉 〈성호문학상〉 〈동피랑문학상 작품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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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호 공시사의 시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