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사의 시선
 
공시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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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균탁 

   

  

 

 

                                                                

집오리와 들오리의 집들이  

                        

 

          

   

 

  책상 위에 쏟아진 건 지긋지긋한 오후였어

  창으로 들어 온 지겨운 햇살이

  집오리의 괴성처럼 눈을 찡그렸지

  검은 강아지의 파란 눈이 노려본 건

  과거의 오늘이었어

 

  “피가 쏟아져요 선생님,

  곧 죽는 건가요?”

 

  들오리의 꼬리털보다 손이 하얀 의사는

  그건 누구나 겪는 통과의례라고

  날카로운 메모에 스친 흉터인 듯

  구겨진 일기에 적은 날씨인 듯

  흰 가운을 흔들며 무심하게 울었지

 

  “울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잊힐 비밀을 말해줄게”

 

  밤이면 은밀한 바람을 일으키는 그림자

  긴 빛을 따라 길어지는 어둠은

  하양 속에 잠든 검정

  은은하게 퍼지는 은어는

  바다를 그리워하다 죽어버린 밀어

  꼬리를 어지럽게 비틀거리며

  심해를 헤엄치는 해진 셔츠 같은 언어는

  뼈를 잃어버리고 헤어진 무척추의 슬픔

 

  속삭이지 못한 말들이

  비밀이 되어 허공을 떠돌고

  잠들지 못한 오후의 나른함을

  지루한 강아지의 낮잠같이 핥는 밤에는

  집을 잃어버린 오리들이

  괴성을 지르며 울어

 

  울다 잠든 소리가 가위에 잘려

  손끝에 전해지는 감촉을 감추면

  나쁜 버릇을 버리지 못한

  사랑 같은 열병과 깨어진 조각에 베인 상처가

  피를 흘려도 멈추지 못할 환각을 넘어

  환청처럼 곁을 맴돌아

 

  “이건 비밀이니까 너만 알고 있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모서리가 해진 사육장처럼

  무너져 내릴지도 몰라”

 

  검은 강아지의 입 속에 남은 하얀 오리털

  애도하기에는 너무 파랗게 질려버린

  기억들이 집오리와 들오리의 차이처럼

  무성하게 자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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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탁  I

2019년 《시와세계》 등단. 〈글밭〉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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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호 공시사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