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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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유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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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낸곳 도서출판 황금알

출간일 2022년 7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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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시인선 249.

 

1972년 《시조문학》 신춘문예에 시조로 등단한 유자효 시인의 시집.

 

수사로 가리지 않은 순연한 언어와 화법으로 인생에 대한 담론과 성찰을 담은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시간이 가르쳐준 지혜와 세계에 대한 자신의 안목과 깨달음을 마치 젊은이에게 들려주듯 삶의 다양한 장면들을 통해 찬찬히 그려 보여주고 있다. 화자를 통해 시인이 들려주는 삶의 이상적인 경지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단순하고 조화로운 길이다. 그와 부합해 시인이 구현하고 있는 바 역시 간결성과 단순성의 미학이다. 시편들은 속도와 물질로 채워진 현대 문명의 미로 속에서 몸과 마음이 잠시 깃들어 쉴 수 있는 작은 섬의 자리를 내어준다. 이것이야말로 각박하고 삭막한 세상 위에 높이 떠서 우리로 하여금 다시 꿈꾸게 하는 기적의 오로라다.

 

 

 

 

 

생명의 원리와 간결의 미학

 

유자효 시인이 인식하고 깨달은 이상적인 경지는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단순성의 길이다. 그가 이 시집에서 추구한 시의 경지 또한 단순성의 미학이다. 시집에 수록된 여든두 편의 시와 시조는 한마디로 말하여 단순성의 미학을 충실히 실현한 작품들이다. 복잡하고 난삽한 시가 만연한 현재의 조류에 간결과 단순의 미학은 중요한 길항적 역할을 한다. 간결 미학의 시적 요체는 압축성과 함축성이다. 형식적으로 간결한 시어로 압축되어 있고 그 압축된 시어가 풍부한 의미를 함축해야 간결 미학이 성공을 거두게 된다. 유자효의 시편들은 고속으로 급변하는 현대의 문명 회로 속에 잠시 쉴 수 있는 작은 섬 같은 역할을 한다. 이 간결의 미학이 삭막한 세상에 기적을 연출하는 오로라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집에 형상화된 삶의 예지와 생명 의식, 일상의 순리와 간결의 미학은 상호 결합하여 우리 시의 위상을 한층 높은 지점으로 견인해 갈 것이다. 그러한 견인의 각 지점에서 독자들은 정신의 안정과 정화를 새롭게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아름다운 시가 주는 축복의 성찬이다. 유자효 시인이 열어 놓은 지혜의 성찬이 세상에 널리 퍼져 소박하면서도 건실한 삶의 지평이 무한히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끝없이 이어질 생명의 바다에 기대어 소망의 영원함을 꿈꾸어 본다. 유자효 시의 그윽한 품 안에서는 넉넉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 이숭원(문학평론가 · 서울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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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라는 꽃을 피워 팔며 살았다.

그런데 꽃을 팔다보니 희한하게도

내가 다니는 골목이 환해지고, 내 삶도 덩달아 환하게 피어 있었다.

꽃장수로 산 생애가 이러하였다.”

 

ㅡ 「시인의 말」 中

 

 


 

 

  자랑

 

 

 

  머리 희어 봤니

  공짜 전철 타 봤니

 

  경로석에 앉아 봤니

  손주 얼마나 예쁜지 아니

 

  아무리

  발버둥 쳐도

  금방 못 와

  기다려

 

 

 

 

 


  포옹

 

 

 

  남극 황제펭귄이 영하 수십 도의 폭풍설을 견디는 것은 포옹의 힘이다

  그들은 겹겹이 에워싼다

  수백 수천의 무리가 하나의 덩어리로 끌어안고 뭉친다

  천천히 끊임없이 회전하며 골고루 포옹의 중심에 들어가도록 한다

  그 중심은 열기로 더울 정도라고 한다

  남극 황제펭귄의 포옹은

  영하 수십 도를 영상 수십 도로 끌어올린다 

 

 

 

 

 

 


  우주의 시간

 

 

 

  달이 밝은 밤이면 바다거북 암컷들은 해변으로 올라와 뒷발로 모래를 파서 구덩이에 알을 낳는다

  어미가 해주는 일은 뒷발로 알에 모래를 덮어주는 것뿐이다

  어미는 다시 바다로 가고

  알에서 깨어난 바다거북 새끼는 모래를 비집고 나와 본능의 부름에 따라 바다로 간다

  그 시간을 기다리던 갈매기며 바닷게들에게는 성찬의 시간

  이렇게 태어난 바다거북 새끼 천 마리 가운데 고작 한 마리가 성체로 자라난다고 한다

  우직해 보이는 이 방법으로 바다거북은 1억 년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거인의 황혼

 

 

 

  거대 담론의 시대가 있었다

  인생과 역사와 철학을 논하던 시대

  정계에, 경제계에, 언론계에, 문화계에

  거인들이 담론을 주도하던 때가 잇었다

  이제 거인들은 사라져 가고

  소소하고 소소한 담론들이 세상을 점령하더니

  마침내 지배 담론으로 등장하고 있다

  어디까지 작아져야 하는가

  언제까지 쪼그라들어야 하는가

  한없이 한없이

  소소하고 소소한

  지폐 같은, 휴지쪽 같은, 먼지 같은, 쓰레기 같은

  욕설과 비방과 궤변과 흠집 내기가 일상인 아이들을 뒤로 한 채

  황혼이 지는 거인들의 텅 빈 등

  그립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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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ㅣ 유자효

 

1972년 《시조문학》 등단. 시집 『성자가 된 개』 『아직』 『꼭』 『신라행』 등, 시선집 『성스러운 뼈』 『세한도』, 번역서 『이사도라 나의 사랑 나의 예술』 등시집으로 『성자가 된 개』 『아직』 『꼭』 『신라행』 등이 있으며, 시선집 『성스러운 뼈』 『세한도』, 시집해설서 『잠들지 못한 밤에 시를 읽었습니다』, 번역서 『이사도라 나의 사랑 나의 예술』 등이 있음. 〈정지용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