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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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광식 

   

 

 

 

 

 무용수

  

 

 

 

 

  휠체어를 타고 몸으로 이별을 말하고 있다

  가슴으로 내려와 축축해진 토슈즈

 

  사랑은 음소거 상태로 끝났다 몸을 타고 흐르던 웃음은 어디로 가나? 곡선으로 불던 바람은 언제나 따뜻할 거라고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몸짓으로 푸른 숨결 위에 눕는 거라고

 

  뛰는 심장을 확인하고 싶어서

  몸으로 상형문자를 그렸다

  호흡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허공을 나는 진짜 춤

 

  휠체어가 비틀거렸다 무대 바닥을 딛는 발가락 끝의 촉감은 아찔하고 통증이 심해 중심이 흔들렸다

  천정에서 조명이 곡면을 타고 쏟아져 어지러웠다

 

  중심을 잡아야 해

  대체할 수 없는 사랑은 정말 끝났나?

 

  허공으로 날아오르면 토슈즈가 몸을 타고 미끄러졌다

  함께 뛰었잖아 허공에서

  나만의 중심으로 멈춰 선다, 잠시

 

  팔다리는 불완전하게

 

  너를 떠받치고 있다

 

  심장의 박동이 나비로 날아다닌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무대는 밝고 화려한 나비로 물들 것이다 붉은 허공 위에서

  오랜 시간 나만의 중심을 잡고 있다

 

  휄체어가 넘어졌다

  가슴에서 흘러내리는 토슈즈

 

  음소거된 사랑은 나비의 화려한 날갯짓으로 씻어야 한다

  몸이 진실을 말하는 순간에

 

  무용수가 허공으로 솟구쳐 오른다

 

 

 

 

 

 

 

 

 

 

 


 

신작시_고광식.jpg

고광식  l 

1990년 《민족과문학》 시,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등단. 시집 『외계 행성 사과밭』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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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호(VOL.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