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김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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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직선이다 곡사포로 불가능하다 야간은 더듬는다 조도에 놀아난다 찡그리고 조소한다 커튼이 가린다 반드시 유턴한다 무턴은 비가시다 출발선은 같다 도착점에서 갈린다 언제든지 바뀐다 눈꺼풀로도 조절한다 끝나지 않아서
가시는 방패로 안경을 쓴다 꽃과 가시를 함께 품는다 손으로 휘감아 잡으려다 가시에 찔린다 다음부터 먼저 가시를 살핀다 릴케는 장미가 모순이라고 머리에 거리의 파토스를 장착한다 가시에 다가갈 때는 신중해진다 무턱대고 들이댔다 따귀 맞는다
가시가 순한 찔레 순은 꺾어 먹는다 날카로워졌을 때는 나는 움츠러든다 탱자 가시는 피하고 장미 가시는 받아들인다 고슴도치 딜레마는 가시를 눕히면서 깨진다 가시 위에 올라타서 짝짓기한다 가시상추는 보도블록 틈에서도 잘 자란다 가시덤불은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황량하다 작은 새는 덤불 속에서 안식을 찾는다 사랑은 모든 것을 품고
전어 머리부터 꼬리까지 씹을 때는 곱씹는다 꼭꼭 씹어서 가시를 없앤다 준치 가시를 다져서 완자로 먹는다 도마 위에서 다질 수 있다면 운명도 조절한다 생선 비늘에 연륜이 늘어나면서 귀밑에서 흰 생선 가시가 삐죽삐죽 돋고
왜 숲에 들어왔을까 빽빽한 아까시나무 가지 사이에서 가시광을 볼 수 있어서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 먼 거리는 손가락으로 찔러볼 수도 없다 포옹은 가시를 없앤다 키스를 하고 가시가 더 잘 보인다 십 미터 전방에 가시가 나타나서 반갑게 뛰어갈 때는 맹목으로 가시에 열중한다 길옆 간판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가시가 가시적일 때는 비가시적인 것을 줄여서
나는 가시를 통과한다
* 순우리말로 여자를 뜻하기도 한다

김 서 l
2021년 《사이펀》 등단. 〈방송대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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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호(VOL.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