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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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성백 

   

 

 

 

 수관기피

  —엉덩이는 냉장고에 넣지 마세요

 

 

     

 

나는 냉장고를 엄마라 불렀다

 

아들! 다 좋은데 엉덩이는 안 돼

눈이 찢어질지도 몰라 나는 욕조가 아니거든

내 안에 산 것은 들어올 수 없어

한번은 저놈이 글쎄 숨 쉬는 도베르만을 넣었지 뭐야

 

사람도 이제부터 알에서 태어납시다!

 

요즘은 귀와 입이 달린 것도 있어서 카톡처럼 떠든다며?

아무리 기술이 좋아져도 나한테 손은 주지 않을 거래

내가 직접 넣다 뺐다 할까 봐

부탁인데 엉덩이는 넣지 마

차가워진 엉덩이는 신을 믿지 않아

참선의 힘은 엉덩이에서 나오는데

포유류는 엉덩이가 제일 뜨거운데

 

신선실과 냉동실 사이가 너무 멀어서 나는 눈이 멀었다 격리와 은닉으로 오장육부가 썩어가도 사람은 익숙해지는 방식으로 사람을 겪어 나간다

 

나도 가끔은 눕고 싶잖아 플러그 좀 빼줘

그리고 저놈 좀 말려줄래

왜 자꾸 엉덩이를 들이미는 거야

걷기 위해 태어난 너희가 좌불(坐佛)의 기분을 어찌 알겠니

우우웅~ 웅웅~~~ 심장이 파르르 떨려

에너지보존법칙은 과학자의 무사안일

먹을 수 있는 것만 넣어줘

 

집에 오면 제일 먼저 하는, 눈을 연다

운동 끝나면 제일 먼저 하는, 눈을 연다

밥 먹기 전에 제일 먼저 하는, 눈을 연다

밥 먹은 다음 제일 먼저 하는, 눈을 연다

자고 나면 제일 먼저 하는, 눈을 연다

나는 눈이 없는데 어딘가는 닫힌다

내가 열리면 너는 자꾸 닫힌다

 

물러 터진 위와 시큼한 허파 반 모, 언제 담근 건지 모르는 발가락 장아찌, 냉동실 깊은 곳에는 부위를 잊어버린 살덩이들, 층간소음은 그렇다 쳐도 냄새는 도무지 견딜 수가 없어 안에서는 눈을 열 수 없잖아 나는 엉덩이만 남겨 놓고 들어가 눈을 닫았어 뜨거운 게 들어오자 엄마는 서둘러 컴프레서를 가동했지 내 체온을 빼앗아 가는 배다른 형제들, 엄마가 제일 하고 싶은 건 요가였을까 가진 거라곤 네 개의 눈, 영상 3도와 영하 20도의 기분, 가족이라는 현행범, 보존이라는 형벌

 

내가 너를 또 낳아야겠니?

저놈이 널 꺼내줄 거라 믿어?

 

오븐도 세탁기도 저놈을 믿지 않았다

엄마는 문을 눈이라 불렀지

냉장고가 부끄러움을 모르고

나무가 울음을 모르고

 

내가 자란 곳

저놈이 들락거리던 곳

 

엉덩이와 엉덩이 사이에 빈집만 남았다

 

 

 

 

 

 

 

 

 

 

 


 

신작시_김성백.jpg

김성백  l

2018년 《시현실》 등단. 시집 『그늘흔』이 있음. 〈조영관문학창작기금〉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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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호(VOL.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