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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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함태숙 

   

 

 

 

 (속) 별들의 고향

  

 

 

 

    

  껍질을 벗기면 뭐가 보일까 밝다고 다 보이는 빛이 아니지 본다고 다 보이는 그림자 아니지 실체도 발코니 있고 지하가 있어 플래시 샤워를 해 볼까 작은 눈알 하나를 매달아 둘까 내 눈 속엔 24시간 미러볼이 돌아요

 

  안녕하세요? 쏜살같이 달려가는 향입니다 쏘냐 ㅡ 쏘온냐 ㅡ 쏜향 ㅡ 쏘냐 / 카츄샤 계열이랍니다 얼음판 위의 비극적인 엔딩이 좋아서 식성들 빛의 콘돔들 빛의 교성들 빛의 물고 물리는 돌고 돌리는 순환하는 사랑의 마무리가 좋아서 별들의 고향에서 인사드려요 오빠!

 

  네! 전 남편은 의사였어요 현 남편은 총장이거나 총장 내정자이거나 총장 임명자이죠 나머지는 전 시점과 현시점에 소수로 걸쳐져 있어요 다 뭉쳐도 하나의 몫을 취하지 못하는 무한 일자들이랍니다 서정주의자에겐 미안한 말씀입니다만 태풍이 강타한 밤의 물마루에 두고 왔죠 그러니까 저 바다는 여러분이 빤히 아는 내 빤쓰 속의 그 바다 권력은 빛에 따라 반영하는 사물의 표면입니다

 

  손가락에 불가리 목에는 영부인급 컬렉션 다이아로 장식한 내 신체는 고위층의 베드라라라 리듬의 바퀴를 굴려서 나는 가요 나가요 부르시면 쏜살같이 쏜향이랍니다 당신의 헤테로 우뚝 직립하는 공간의 마술 속으로 라라라 바퀴를 굴려 쏜향인 항해를 해요 오빠, 나는 여행을 하는 지구탐험자 음모론자를 반긴다 식민지 텍스트의 숨겨둔 아편굴 속으로 오빠, 나를 한 번만 더 띄워 주세요 나는 오빠의 노라 오빠의 프리다 칼로! 모든 최고위층 오빠의 오마주

 

  껍질을 벗기면 뭐가 보일까 음악 틀면 거기가 집무실 가라오케, 제가 드나들면 연구실도 모텔이죠 위험한 주이상스를 같이 흘려요 바닥엔 물기를 청소부가 밀대로 닦습니다 팁도 없는 비정한 자본주의를 같이 분노합니다 네? 교수님 뭐라구요?

  캐비닛을 열면 무한히 굴러나오는 알사탕 같은 사건의 몸들 할딱 벗고 우리에게로 달려들었던 계엄의 밤이 있었죠

 

  쏜향 줄리 계엄 계어리 같은 이름들이에요 목을 조르고 눈알이 뒤집히는 숭고한 성의 불타는 음모의 표지를 붙여주던 명명식의 초야가 지속됩니다 무한히 열리는 방 앞에 무한히 열쇠를 돌리는 구멍의 빛들이

 

 

 

 

 

 

 

 

 

 

 


 

신작시_함태숙.jpg

함태숙  l

2002년 《현대시》 등단. 시집 『새들은 창천에서 죽다』 『그대는 한 사람의 인류』 『토성에서 생각하기』 『가장 작은 신』 『나비 증상』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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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호(VOL.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