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 저자 | 윤성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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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
호수의 청둥오리는 나는 법을 잊었다
황량한 하늘에 비행기만 높이 떠 알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갔다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아침은 찾아왔고
기다리는 사람 없어도 버스는 정거장에 멈췄다가 느릿느릿 떠나갔다
인적 끊긴 땡볕 아래 바람은 갈대를 흔들며 지나가고
깡마른 떠돌이 개가 서성이다 사라졌지만
청둥오리는 떼 지어 다닐 뿐
날지 않았다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그늘진 둘레길의 나무의자를 위로하거나
다음날 해야 할 거짓말을 떠올리며
어둠에 몸을 숨기는 사이
청둥오리의 물갈퀴질로 호수는 돌이킬 수 없이 더러워졌다
그해 겨울, 청둥오리의 긴 침묵에 소름 돋았을 뿐
날개를 떨리게 해줄 단 한 문장도
찾지 못했다

윤성관 l
2020년 《애지》 등단. 시집 『호박꽃이 핀 시간은 짧았다』 『다소 낭만적인 질문』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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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호(VOL.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