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 저자 | 김종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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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기억의 유감
봄의 전령들은 춘삼월 꽃샘추위에 놀라 입을 굳게 다물었어요. 때늦은 폭설에 얼어붙은 달빛은 창백한 목련꽃 위에 앉아 울고 있습니다.
꽃을 수놓던 백두대간을 화마가 삼키던 날. 뜨거운 창살 안 도사견 몇 마리 뒤늦게 나타난 주인에게 꼬리를 흔듭니다. 그러나 봄의 자비는 없었어요. 새벽 고요를 박차며 비상하던 새 떼는 봄의 여명을 뚫고 날아오던 비행기와 충돌했어요. 비명의 기도마저 항로를 영원히 이탈하고 말았지요.
역사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버린 서울의 밤에도 봄은 다시 찾아왔습니다. 나의 부음(訃音)은 봄꽃으로 피어 아직도 세상 속을 떠돌고 있군요.

김종경 l
2008년 《불교문예》 등단. 시집 『기우뚱, 날다』 『저물어 가는 지구를 굴리며』 , 동시집 『떼루의 채집활동』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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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호(VOL.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