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 저자 | 권선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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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몽
살고 싶었던 남자 살아질 것만 같던 남자는
죽었다, 죽었다 쳤다
웅덩이에 웅덩이만 한 잉어가 살았다 풀숲으로 데려가 안고 잠들었다 잉어가 목을 물어뜯었다 아들 이라고 했다 배가 불렀다 보살 말대로 보름달 뜬 밤 연못으로 가 잉어 밥을 풀었다 양지에 앉아 똥물까지 게우고 하늘을 보면 까마득한 봄이었다
남자는 죽었다 치기로 한 남자는
살았다, 살아나 버렸다.
잉어는 새끼였지만 애비였다 눈이 큰 알이었다가 비둘기였다가 살모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물어 뜯었다 잉어는 어여쁘고 잔인하고 잉어는 사랑스럽고 포악했다 길길이 날뛰는 아들을 죽었다 칠 수도 없다 꿈은 수시로 웅덩이만 한 잉어를 안고 풀숲을 지나 다시 웅덩이로 돌아가고 있다

권선희 l
1998년 《포항문학》 등단. 시집 『구룡포로 간다』 『꽃마차는 울며 간다』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산문집 『숨과 숨 사이 해녀가 산다』 등이 있음. 〈구상문학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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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호(VOL.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