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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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휘 

 

   

 마음 내비게이션

 

                            최 휘

  

 

 

 너 아직 〈오늘〉에 있니?

 

 그럼 우회전해서 끝까지 쭉 오다가

 왼쪽으로 〈4교시〉를 끼고 돌면

〈음악시간에 부끄러워 다문 입〉이 나올 거야

 

 그쪽으로 더 들어와

 더 더 더

 막다른 골목 아냐

 더 더 더

 구불구불 따라 걸으면 두 갈래 길이 나타날 거야

 

 오른쪽으로는 〈나를 보며 웃던 너의 길〉

 왼쪽으로는 〈너 때문에 울던 나의 길〉

 

 여기서부터는 복잡하고 위험해

 우정이 깨질 때 떨어져 나온 유리 조각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거든

 자, 이제 어디로 갈래?

 

 〈나 때문에 웃던 너〉를 찾아갈래?

 〈너 때문에 울던 나〉를 찾아올래?

 

  

 

  

 


                       

    안녕하세요, 최휘입니다.

  벌써 2월인 것에 깜짝 놀란 2월입니다. 고양이는 멍하니 앉아 밖을 내다보며 길고 지루한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바빠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는 그런 시간이 아니라, 시간이란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아서, 없는 시간이라서, 속도를 모르는 그런 나날들의 몽상에 잠겨 봅니다. 몽상은 느리면서도 은근하게 밤하늘, 새, 구름, 나무 같은 것들을 눈으로 만져보는 것이기에 저에게는 시적인 유희의 시간들이기도 합니다.

   〈마음 내비게이션〉이란 동시도 이런 몽상의 시간에 쓰게 되었어요. 오늘 있었던 불편한 일을 생각하는 순간, 몽상이란 것은 이미 “구불구불 따라 걸으면 두 갈래로 길이 나타”나도록 장면을 마련하고 있지요. “우정이 깨질 때 떨어져 나온 유리 조각들이 여기저기 나뒹굴”도록 준비하고 있지요. 몽상은 형태가 되기 이전의 의지 같은 것일까요? 느리지만 빠져들면 들수록 분명한 형태로 진화하는 것이 느껴지니까요. 몽상에 빠져 있다가 동시 한 편을 완성하게 되면 어느새 몽상의 시간에서 상상의 시간으로 옮겨와 있는 걸 깨닫게 됩니다. 상상은 형태이며 상상력 이라는 힘이 맘껏 발휘되면 몽상의 시간에 아른거렸던 것들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보여 주는 것 같아요. 이런 방식의 글쓰기는 자주 꾸는 꿈같은 방식이고, 언제나 똑같은 방식으로 꾸는 꿈같은 방식입니다.

    불편한 마음이 요동을 치는 날, 이런 마음에는 새 흙이 필요할까요? 향기롭고 기름지며 곱고 포슬거리는 흙을 한 트럭 가득 쏟아붓고 다독 다독 다독이면 새로운 대지가 나타날까요? 내비게이션은 불편한 마음에게 방향을 잘 알려주어 뿌리를 내리려는 맹목적인 어떤 마음이 몸 밖으로 잘 빠져나가도록 할까요? 복잡하고 위험한 길을 잘 빠져나오면 〈나 때문에 웃던 너〉를 찾아가거나 〈너 때문에 울던 나〉에게 도달할 수 있을까요?

   두 갈래 길은 왜 이렇게 많은지, 왜 이렇게 자주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지, 관계로 인한 마음의 갈등은 왜 산 하나를 넘으면 또 하나의 산을 만나는 기분인지, 도대체 모르겠어 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나는 그저 바람에 흔들리는 빼곡한 나뭇잎 속에 묻혀 고요히 흔들리며 보내는 몽상의 시간이 필요할 뿐 입니다. 이런 나에게 “넌 깊숙이 숨어버리는구나” 라고 언니가 말했어요.

   난 숨은 게 아닐 거예요. 나무는 삶을 푸른 하늘로 싣고 오르는 분명한 힘이라는 철학자의 말은 매혹적이었어요. 집 앞에 있는 큰 나무 우듬지에 까치집이 있어요. 바람이 불면 위태로워 보이는 둥지예요. 절대 떨어지지 않으리란 걸 알지만 바람에 나무 전체가 흔들리는 걸 볼 때면 불안합니다. 벌써 몇 년째 평온한 둥지를 보며 “스스로 오를 수 있었던 가장 절대적인 높은 고도에 있지 않고서야 피난처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자가 어디 있으랴?” (바슐라르 『공기와 꿈』)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두 갈래 길 앞에서 마음의 내비게이션을 따라 가는 일이, 가장 높은 꼭대기 둥지에 숨어 들어 이리저리 흔들리며 불안을 살아내다 자신이 지금 피난처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바람에 흔들리는 빼곡한 나뭇잎 속에 묻혀 고요히 흔들리며 보내는 몽상의 시간이 참 순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순한 마음은 몸을 내어준 나무에게 손상을 입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앞에서 말했듯이 나무는 삶을 푸른 하늘로 싣고 오르는 분명한 힘이 있다고 했으니 상승의 기운을 타야 해요. 탈 수도 있고 못 탈 수도 있지만 이건 또 두 갈래 길의 이야기이므로 무한 반복에 흔들리는 삶의 한 장면임을 받아 들이려고 합니다. 이런 무한의 반복은 나무 꼭대기에 올라 앉아 이리저리 흔들려도 멀미가 나지 않을 지경의 몽상에 빠지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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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휘 ​ l

2012년 《시로여는세상》 등단. 동시집 『여름 아이』, 시집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 『난, 여름』이 있음. 제10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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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호(VOL.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