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계절의 공시사
 
지난 계절의 공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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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시안 

   

 

 

 

   

   그린카드

    ㅡ 녹조

                          류병숙

 

 

   강가를 걷는데

   가장자리가

   녹색 이불을 펴 놓은 듯

   새파랗다.

 

   강 핏줄을 막은 ‘녹조’란다

   그린(green)은

   생명줄로 알았는데

 

   축구 옐로카드처럼

   강이 내민 그린카드,

 

   자연은

   경고 카드도 파랗다

 

 

 

  


  

     

   

    며칠 전 안과에 들렀더니 녹내장 증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눈의 방수 배출구가 막혀 높아진 안압으로 생기는 질병이래요. 방치하면 시야가 좁아져 계단을 헛딛거나 문이나 간판에 머리를 부딪치기도 한대요. 그런 며칠 후 방송에서는 폭염으로 수온이 상승한 강에 녹조가 생긴 현상을 보여주네요.

 

  폭양과 폭서에 사람들만 시달리고 있는 게 아니었어요. 강물도 우리들의 무신경과 무모함으로 시신경을 잃어가고 있나 봐요. 녹조는 강의 녹내장을 초래해요. 순리를 좋아하는 강은 긴 물줄기를 뻗어 바다로 나아가야 하는데, 온갖 이물질에 시신경이 막히는 것이죠. 답답한 물결이 가장자리에서 부글부글 끓다니요. 이대로 방치하면 수온이 오른 만큼, 강물의 체류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물고기와 이웃들이 위험해진다고 인간들에게 동작 그만을 외치는 것 같아요. 더 이상 이익과 편리를 앞세워 태클을 걸지 말라고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나 봅니다.

 

   경고 카드는 으레 옐로우나 레드인 줄 알았는데, 자연이 내미는 그것을 화자는 ‘그린카드’라 하고 있어요. 이래서 시인의 눈은 남다른가 봅니다. 이 시는 ‘자연 보호’라는 다소 흔한 주제를 가지지만(이것도 인간의 오만이겠지요) 우리 눈에 익숙한 자연시와는 많이 다르네요. 자칫 돌출되기 쉬운 교훈성을 드러내지 않고도 명쾌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아주 드문 시이자 사회 고발 시라고 생각합니다. 천변을 산책하고 휴식을 낚으려면 강의 푸른 광맥은 지켜져야겠지요. 흐르는 것은 흐를 때 아름다운 법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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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안 ​ ​​l

201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2020년 《현대시학》 신인상 당선. 동시집 『사과나무 심부름』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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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