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하시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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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것
정은미
- 꽃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니?
- 꽃을 꺾는 것
- 아니, 그보다 더 무서운 것
- 꽃을 밟는 것
- 아니, 아니 그보다 더 무서운 것
- ……
- 그건 바로
손길 하나
눈길 하나 주지 않고
내버려 두는 거래
오월은 꽃도 사람도 바쁜 가정의 달입니다. 땅속에서 하늘 알림장을 읽고 나온 꽃들도 자기에게 주목해 달라고 난리지요. 시인은 그 꽃의 환한 웃음을 꺾고 짓밟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는군요. 이 시에서 꽃의 자리에 아이를 대신 앉혀봅니다. 아름다움의 대명사는 꽃, 꽃의 대명사는 아이들이죠. 아름다움은 우리를 선하게 만드는데 꽃 같은 아이를 두고 떠나기도 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떠올려보았어요. 깨진 접시에서 떨어져나간 파편처럼 가족의 품과 손을 놓친 그 아이를 생각하며 부족하나마 졸시를 써 보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온기 가득한 둥근 가정에서 자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이 동시에 대한 소감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동시에서 그려진 순수한 꽃의 입장보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것입니다. 가까이서 볼수록 예쁜 꽃들이 상처받지 않는 충만한 아름다움의 계절이기 빌어봅니다.
꽃의 감정
엄마는 결국 튕겨져 나갔어요
처음으로 자발성을 띠었어요
꽃봉오리 같은 울음을 잔뜩 매달고
역으로 뛰어갔어요
칸칸이 엄마로 도배된 기차는 떠나고
휑한 선로는 끝없이 이어지는데,
버려지는 것들이 다
눈동자 같았어요
쓰레기통에 뒹구는 컵과 병
주둥이가 뭉개진 빨대들
맛의 스위치를 켜던
기억을 떠올리고 있을까요
내가 더 처량해 보였어요
되돌아오는 길에 달맞이꽃들을 만났어요
어찌나 다정해 보이던지 그때부터
노랑만 보면 울컥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그거 아나요
달이 져도 내내 깜깜해도
꽃들은 제자리를 떠나지 않는다는 거
엄마를 아빠를 견딘 만큼
나도 누군가를 견딜 거예요
꽃의 감정으로
버틸 거예요 ♣

하시안 l
201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2020년 《현대시학》 신인상 당선. 동시집 『사과나무 심부름』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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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