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계절의 공시사
 
지난 계절의 공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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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시안 

  

 

 

 

   말문

  

                       이재순

 

   

   문은 열고 닫으라는 건데

 

   화난 아빠 앞에서

 

   꼭꼭 닫히고 마는 말문

 

   아빠가 말 좀 하라고

 

   재촉하면 할수록

 

   더욱 꼭꼭 닫히는 말문

 

  

 

  


  

     

   닫힌 말문을 열려는 아빠와 꼭꼭 닫은 아이와의 대치 상황이 그려집니다.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지만 아빠가 화가 잔뜩 난 듯해요. 이번에는 기필코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건지, 올바른 아이로 나아가는 길을 일러주겠다는 건지 굳게 잠긴 말문을 열라고 성화네요. 겁먹은 아이가 가진 무기라곤 침묵밖에 없는 것 같죠. 왜 그랬어, 말해 봐. 높은 목소리로 재촉할수록 문 입구에서 끙끙대며 맴돌던 말들은 얼어붙어 버려요. 침묵도 말을 하는 다른 방법이라는 걸 아이 자신도 모르게 익히는 시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속이 새카맣게 타고 말문이 막히기는 아빠도 마찬가지일 테지요. 무슨 말이라도 하면 덜 답답할 텐데 끝까지 고집을 피우는 아이를 더 다그치게 되지요. 그러나 사실을 그대로 말하기란 아이에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요. 어른들도 말문 열기 어려워 술과 가면을 빌리기도 하니까요. 저도 이 힘든 신경전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게 돼요. 유년에 마주한 분노 앞에서 저도 잔뜩 움츠러든 제 몸에 웅크린 말들을 숨겼어요. 이것은 또 시인의 경험이기도 할 테지요.

 

   이 시는 말문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아빠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 것 아닐까요? 부드러운 말의 볼을 아이에게 갖다대거나, 힘센 칭찬의 윤활유를 말이 꼭꼭 갇혀 있는 침묵 속으로 흘려보내는 게 어떤가 하는……. 흙덩이도 포슬포슬 먼저 풀어 촉촉해져야 씨앗이 쏙쏙 안기듯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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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안​ ​​l

201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2020년 《현대시학》 신인상 당선. 동시집 『사과나무 심부름』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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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