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계절의 공시사
 
지난 계절의 공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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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현서 

 

 

 

   

 봤을까?

  

                           김현서

 

  

 

 

 욕조의 물마개를 빼면

 처음엔 물이 빠지는 게

 보이지 않는다

 

 물이 얕아지면

 그때야 보인다

 

 소용돌이치듯

 빠져나가는 물

 

 아빠는 봤을까?

 

 끝내 내 말은 안 듣고

 엄마 아빠가

 헤어지기로 한 날

 

 쉬익쉬익 쉭쉭 쉐에엑쉐에엑

 어딘가로 빨려 나가는

 

 내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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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 Ji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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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가득 찬 욕조의 물마개를 빼면 처음엔 알아채지 못하다가 점점 바닥과 가까워질수록 심하게 요동치며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요즘은 이혼이 흠도 아니고 숨길 일도 아니지만, 부모의 이혼 결정은 아이에겐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겪어보지 못한 일이고 겪고 싶지 않은 일이기에 심리적 충격은 감당하기 어렵지요. 가정불화가 지속되는 동안 아이는 ‘혹시, 나 때문인가?’ 자책에 빠지기도 하고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상실감을 겪으면서 살얼음판 같은 집안 분위기를 온몸으로 버텨냈을 거예요. 그러다가 바닥을 드러낸 욕조의 물처럼 울부짖는 심정으로 마지막을 받아들이겠지요. 쉬운 판단, 가벼운 선택은 아니었겠지만 상처 입은 아이를 한 번 더 생각했더라면 결정이 달라졌을까요? 어른들의 문제로 혼자 덩그러니 남아 울음을 삭이는 아이를 다독여주고 싶었습니다. “너 때문이 아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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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서 ​ ​​l

1996년 《현대시사상》 시,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시집 『코르셋을 입은 거울』 『나는 커서』, 동시집 『수탉 몬다의 여행』 『짜! 짜! 짜!』, 청소년시집 『탐정동아리 사건일지』 『숨겨 둔 말』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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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호(vol.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