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계절의 공시사
 
지난 계절의 공시사
Extra Form Output
저자 김현서 

   

 

 

   

  드디어 때가 됐어

 

                                 김현서

 

    

  

  우리끼리만 잘 수 있는 밤

  어른들이 사라지면

  나타나는 밤

 

  침대 밑에 숨겨 두었던

  고릴라를 불러내 함께 노는 밤

 

  눈빛만 봐도

  손발이 척척 맞는 밤

 

  먼지 냄새가 나도록 실컷

  베개 싸움을 하며 깔깔거리는 밤

 

  분명 우리밖에 없는데

  하마 콧구멍처럼 까만 창문으로

  흰 천을 두른 유령이 보이는 밤

 

  꼭 닫아 둔 문이

  딸깍 소리를 내며 열리는 밤

 

  어른들이 나타나면

  사라지는 밤

 

 

 

B612_20251015_140804_803.jpg

 

 

 

 

 

 

 

 

 

 

 

 

 

 

 

 

  

ⓒPrawny, Pixabay 

 

 

 

●●●

                  

 

   

   어른들이 없다는 해방감에 아이들은 짜릿해집니다. 아이들은 이 시간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을까요. 눈빛만 봐도 어떤 장난을 치고 싶은지 죽이 척척 맞습니다. 평소에는 꿈꾸지 못할 놀이가 시작되지만 노는 것도 잠시뿐입니다. 창밖으로 무언가 휙 지나가고, 불현듯 공포와 두려움이 느껴지는 순간! 어른들이 나타나면서 ‘어른들이 사라지면 나타나는 밤’은 끝이 납니다. 딱 적당한 타이밍이었을까요?

   끝없는 상상과 호기심, 일상을 놀이화하는 동심은 동시의 바탕이 됩니다. 시심에 젖어 아이의 시선과 감성으로 소재를 찾고, 찾아낸 것을 붙잡고 말을 아껴서 쓰다 보면 천진난만한 동시의 세계에 빠져들게 됩니다

 

 

 

 

 

 

 

 

 

 


 

김현서_연재_포스트용.png

김현서 ​ ​​l

1996년 《현대시사상》 시,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시집 『코르셋을 입은 거울』 『나는 커서』, 동시집 『수탉 몬다의 여행』 『짜! 짜! 짜!』, 청소년시집 『탐정동아리 사건일지』 『숨겨 둔 말』 등이 있음.

 

 

 

—

2025년 10월호(vol.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