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최휘 | ||
|---|---|---|---|
여름, 앵두
최 휘
앵두가 온다
나는 앵두다 소리치며 온다
다다다다 다 같이 뛰어 온다
온 몸에 땡볕을 널어놓고
온 몸에 빨강을 칠해놓고
홍홍 웃으며 매달려 있는 앵두
츱츱 침이 고이는 앵두
앵두야 하면
응응응응응응
대답하며 달려오는 앵두
안녕하세요, 최휘입니다.
달력을 한 장 넘깁니다. 6월이니까요. 6월이 쾌활했으면 합니다. 저는 운전을 하면서 생각하는 걸 좋아해요. 어제는 외곽순환도로를 달리며 이런 생각을 했어요. ‘쾌활은 존재함이고, 존재는 살아 있음이니까, 쾌활하면 난 6월을 살아낸 것이다. 그럼 나는 언제 쾌활한가?’ 시를 쓰거나 읽을 때 혼자라는 고요와 마주칠 때 내면을 온통 휘젓는 문장들의 역동성을 느낄 때 이럴 때 저는 존재의 쾌활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아,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 또 목적 지향의 언어가 되어버리고 말아요. ‘이거 아니야, 다시 생각을 시작하자.’ 이렇게 고개를 가로저어 봅니다. 어찌되었든 저는 운전을 하며 목적지로 갔어요. 목적지를 가기 위해 나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써보는 것입니다.
어느덧 앵두가 빨갛게 익어갑니다. 「여름, 앵두」는 『여름 아이』에 수록된 동시인데요. 저는 이 동시를 좋아해요. 동시집으로 출판이 된 이후 독자들의 시가 되었지만, 동사의 활용이나 오감의 표현에 집중한 점으로 보아 이맘 때 제 시가 절룩거리는 영혼으로 어디까지 달려왔는지 짐작이 가기도 합니다. “앵두가 온다 / 나는 앵두다 소리치며 온다 / 다다다다 다 같이 뛰어 온다”로 시작되는 동시를 천천히 읽어봅니다. 그러다 시를 쓸 때보다 동시를 쓸 때 제가 더 쾌활해진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요즘 『물과 꿈』을 읽고 있기 때문일까요. 몇몇 작은 냇물들이 모여 강으로 흘러가는 모습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냇물의 가벼움, 냇물의 경쾌함, 맑은 물의 그 순간성이 동시의 얼굴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시냇물을 따라 가다가 강물을 만나면 나의 문장은 곧바로 힘이 없어집니다. 강물은 왠지 이상하고 불길한 중얼거림 같아요. 근원에 가 닿고 싶다는 시의 욕망이 나를 강물 속으로 잠겨버리게 하나 봐요. 그러나 동시는 냇물의 매력으로 나를 이끌어줍니다. 동시는 물의 표면을 건드리며 말을 거는 에코 같아요. 그 시냇물 곁에 앵두나무 한 그루가 빨간 앵두를 다닥다닥 매달고 있네요. 시냇물과 앵두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그 이야기를 받아 적는 내가 보여요. 이런 몽상은 「여름, 앵두」를 쓸 때의 일은 아니에요. 몇 년이 졸졸 지나가는 동안 저 스스로 몽상에 상상을 더하다가 앵두와 시냇물의 풍경화를 그려낸 느낌이랄까요.
얼마 전, 어떤 분께서 저를 ‘앵두 시인’이라고 불렀어요. 물론 「여름, 앵두」 동시를 좋아하시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이런 응원들이 저를 냇물처럼 졸졸 흐르게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앵두 시인이라니. 얼마나 멋진 호명인지 살아내야 할 6월이 몽땅 쾌활해지고 말았답니다. 그럼 여러분의 6월도 “온몸에 땡볕을 널어놓고 / 온몸에 빨강을 칠해놓고 / 홍홍 웃으며 매달려 있는” 앵두처럼 일상에 균열을 내며 하루를 소소한 긍정으로 보내며 더 쾌활해지시길 바랄게요. ♣

최 휘 l
2012년 《시로여는세상》 등단. 동시집 『여름 아이』, 시집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 『난, 여름』이 있음. 제10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수상.
—
2025년 6월호(VOL.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