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최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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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와 모자
최 휘
엄마와 손을 잡고 가면서 들었어요
모자가 보기 좋네요
모자는 모자이고
엄마와 아들은 엄마와 아들인데
왜 모자도 모자이고 엄마와 아들도 모자일까요
엄마와 나는 모자처럼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손을 꾹 잡고 걸어요
잘 어울리는 모자처럼
꾹 눌러 쓴 모자처럼
안녕하세요, 최휘입니다. 아파트 담장에 덩굴장미 봉오리들이 터질 듯 매달려 있는 5월입니다. 곧 아카시아 꽃이 피고 밤꽃이 피고 앵두가 익고 덩굴장미가 붉게 붉게 피어날 테죠. 5월은 참 아름다워요. 이런 아름다운 계절을 느끼며 만지며 감각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5월을 맞이하는 자세이며 5월에 대한 예의인 것 같습니다. 사소한 것들이 나를 마구 지나쳐가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변을 살피고 관찰하며 나의 존재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5월을 보내고 싶습니다.
「모자와 모자」라는 동시는 《동시마중》에 발표를 했는데 “2022년 올해의 좋은 동시”에 선정이 되었고, 2025년 초등 국어 4학년 교과서에 수록이 되어 저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저의 첫 동시집 『여름 아이』에는 이 동시가 실리지 않았는데요. 왜냐하면 『여름 아이』는 한 여자아이가 여름이라는 계절을 통과하는 내용으로 기획한 것이라 화자가 남자아이인 「모자와 모자」는 그 동시집에 함께 실을 수가 없었어요. 개인적으로 애정이 가는 동시였지만 그렇게 동시집에 실리지도 못한 채 사라질 수도 있겠다 생각하던 차에 교과서에 수록이 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작품들의 생명력에 놀라운 감탄을 했습니다.
전국 초등학교에 교과서 배부가 다 끝나고 4월에 저에게도 교과서가 도착했습니다. “뜻을 파악하며 읽어요” 4단원 열기 부분에 실렸는데, 교과서를 살펴보며 여러 가지로 해석되는 낱말들을 구분하기 위해 「모자와 모자」가 수록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4학년들이 동형이의어와 다의어를 배우더라구요.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 역량’이 단원의 학습 목표인 듯합니다. 제가 4학년 때 모국어에 관해 어떤 마음의 자세가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공부하듯이 익힌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듣고 읽고 쓰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익힌 언어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이 동시도 어린이들이 듣고 읽고 쓰고 말하며 자연스럽게 그 뜻과 중심 생각을 찾아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들이 낱말의 뜻을 찾아내어 발표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이 동시는 아들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저와 길을 가며 “모자가 보기 좋네요”라는 말을 들었고, 그때 아이는 그 뜻을 물었고, “모자는 모자이고 엄마와 아들은 엄마와 아들인데”라고 이해를 못하는 모습을 보며 메모해 놓았던 것을 동시로 쓰게 된 것이지요. 그러니까 4학년 교과서에서 동형이의어를 가르치는 것이 딱 맞는 교육 과정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름다운 계절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말도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바라며 언어를 잘 쓸고 닦는 5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

최 휘 l
2012년 《시로여는세상》 등단. 동시집 『여름 아이』, 시집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 『난, 여름』이 있음. 제10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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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호(VOL.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