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계절의 공시사
 
지난 계절의 공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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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휘 

 

 

 

   

 철학적인 나날들

 

                            최휘

 

   

 

  신부님, 예수님의 아버지가 하느님이죠?

  그렇지

  그럼 하느님의 아버지는 누구예요?

  하느님은 아버지가 없지

  돌아가셨나요?

  아니, 하느님은 신이라 아버지가 없지

  아니, 누구라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어야 태어나는 거잖아요

  .

  .

  .

  이 사탕 가지고 나가 놀으렴

  .

  .

  .

  나와 동생의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는 할아버지

  우리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증조할아버지

  우리 증조할아버지의 아버지는 고조할아버지

  .

  .

  .

  우리 할아버지들을 사다리처럼 타고 올라가면 하늘까지 닿겠어

  아니 하늘을 뚫고 올라갈지도 몰라

  .

  .

  그럼 맨 꼭대기의 할아버지가 하느님인가

 

  

 

  

 


                  

   

   안녕하세요. 최휘입니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한강 작가에게 이 두 가지 질문은 줄곧 핵심이었다고 합니다.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내적 투쟁이 글을 쓰는 원동력이었다고 말하며, 질문들의 국면은 계속해서 변하며 앞으로 나아갔지만, 이 질문들만은 변하지 않은 일관된 것이었다고 합니다.  

   위의 동시는 2023년 《창비어린이》 창간 20주년 기념호에 발표한 동시입니다. ‘내가 처음으로 세상에 던진 질문이 무엇이었지?’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동시였어요. 지금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초등 저학년까지 성당에 다녔습니다. 그때 주일학교 선생님으로부터 교리를 듣고 집으로 돌아와 아무도 없는 원두막으로 올라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구름에게도 묻고 복숭아나무들에게도 묻고 빨간 자두에게도 물어보았지만 답을 얻지 못한 어린 나는, 풀 수 없는 고민을 들고 다음 주에 성당의 신부님 방을 찾아가 이렇게 물었던 것 같아요. “신부님, 예수님의 아버지가 하느님이면 하느님의 아버지는 누구예요?” 신부님이 대답해주시면 나는 또 묻고, 또 대답해주시면 또 묻고……. 결국 신부님은 사탕을 한 움큼 쥐여주시며 나가 놀라고 했고, 난 더 이상 물을 수 없는 기운에 압도되어 밖으로 나왔고, 성모 마리아상 앞에서 고개를 갸웃했고, 그 후 질문의 답이 흐지부지한 것처럼 성당에 다니는 일도 흐지부지해졌던 것 같아요. 

   어린아이의 마음속에 무엇이 움트고 있을 때, 그것이 어린아이가 스스로 창조해낸 가능성이라고 볼 때, 나는 세상에 태어나 자발적으로 창조해낸 처음의 질문과 충돌했으며, 끝내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때 경험당한 ‘궁금해 하고 묻고 이해하고 해결되는 자발성에 대한 상실’이 어른이 되어서 능동성의 체험을 두려워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뭘 먹고 싶다고 갖고 싶다고 쓰는 떼가 아니라 어린이가 한 존재로서 품게 되는 생의 첫 질문에 우린 얼마나 다정하게 성숙하게 대답하는 어른일까요?

   어른이 되면서 많은 질문을 품고 살아가고 있지만, 그 질문의 순도 자체는 달라졌다고 봅니다. 하나의 느낌이 먼저 있고 그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면 글은 가벼워지고 쓰여진다고 해요. “상상력은 인간 자체이고 존재 자체이며 이것이 없으면 죽은 사물과 같다”고 바슐라르가 말했을 걸요.

   12월 3일 한밤중에 우린 질문을 던졌습니다. “도대체 왜?” 질문을 하면 이해가능한 답변이 돌아와야 합니다. 답변을 해결하지 못한 채 고개만 갸웃하다 그곳을 떠난 아이는 이제 없어요. 이토록 고통스러운 폭력 앞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까요? 단 한 마디도 바꿔치기할 수 없을 정도로 또박또박하여 창에 부딪치듯이 강한 촛불의 답변이 보입니다. 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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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휘 ​ l

2012년 《시로여는세상》 등단. 동시집 『여름 아이』, 시집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 『난, 여름』이 있음. 제10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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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