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최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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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 안 보여
최휘
거울을 보면 내가 보여
눈이 보여
코가 보여
입이 보여
짧은 팔 다리가 보여
조금 더 상상해서 보면
뼈가 보여
핏줄이 보여
심장이 보여
그런데
나를 홀랑 뒤집어 봐도 안 보이는 게 있어
웃게 하고
울게 하고
약 올리고
욕 하고
거드름 피우는
그게 안 보여
분명 내 몸에 살고 있는 거 같은데
그게 안 보여
안녕하세요. 최휘입니다. 낙엽들이 허공을 걷는 계절입니다. 손을 뻗어 허공을 휘젓는 내 오른손이 보이네요. 나의 몸은 거울을 통해 익힌 형태일 뿐, 지금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나의 몸은 오른손뿐입니다. 왼손도 두 발도 등도 어깨도 안 보이니까요. 그러니 허공엔 붉은 낙엽과 내 오른손뿐입니다.
“거울을 보면 눈, 코, 입 팔 다리가 보”이는데, 거울을 보아도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나를 홀랑 뒤집어도 안 보이는 게” 있어요. “분명 내 몸에 살고 있는 거 같은데 안 보이는 게” 있어요. 그것이 ‘마음’이라고 편히 생각하는 습관에 대해 의심을 가져봅니다.
지팡이를 짚고 불편한 오른쪽 발을 끌며 걸어가시는 할아버지가 보입니다. 할아버지가 핸드폰을 열어 전화를 받네요. 지팡이를 든 채 핸드폰을 여느라 지체되는 시간이 한 계절을 지나가고 있어요. 몸속에 갇힌 “여보세요” 한 마디를 끌어올리느라 또 한 계절이 지나갑니다. 몸속에 갇힌 언어라니, “여보세요”를 정확히 말하고 싶어서,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서, 속 시원히 내지르고 싶어서 “여보세요”가 날뜁니다. 부딪칩니다. 울부짖습니다. 아직 언어가 되지 못한 언어, 저 언어가 가렵습니다. 내 목구멍까지 가렵습니다. 몸속에 갇힌 언어, 아직 언어가 되지 못한 언어, 그 이전의 언어가 시의 언어라고 한다면 난 지금 시의 언어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내가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그때를 놓치지 말고 마음이나 기분이 무엇일까에 대해 어린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어서 쓴 동시인데, 다시 읽어보니 시의 언어에 대한 질문으로 읽혀지네요. 안 보이는 것을 기어이 상상력으로 끌어올려 “뼈가 보”인다고, “핏줄이”, “심장이 보”인다고 우겨 보지만 안 보여요. 그렇지만 분명히 날뛰고 부딪치고 울부짖고 있습니다. 이것의 가장 안쪽까지 보겠다고 걷고 또 걸어도 허공은 낙엽 몇 장을 날려줄 뿐입니다. 이마로 떨어지는 낙엽에 깜짝 놀란 나는 아직 내가 낙엽인 줄 모릅니다. ♣

최 휘 l
2012년 《시로여는세상》 등단. 동시집 『여름 아이』, 시집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 『난, 여름』이 있음. 제10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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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