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계절의 공시사
 
지난 계절의 공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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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시안 

 

 

 

 그냥

 

              문삼석

 

 

  엄만

  내가 왜 좋아?

 

  ㅡ 그냥……

 

  넌 왜

  엄마가 좋아?

 

  ㅡ 그냥……

 

 

 

 



   이 시를 읽으면 그냥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아이가 묻고 엄마가 대답하고, 엄마가 묻고 아이가 답하는 게 전부인 시, 너무 짧아 어리둥절하나요? “에계”하는 소리가 새어 나오나요? 누구나 쓸 것 같지만 아무도 쓴 적 없는 세상 앞에서 저는 그만 마음을 풀어 버렸답니다. 마주보듯 쓰인 시처럼 그윽하게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실루엣이 떠오르네요. 물론 한편에서는 딴지를 걸 수도 있겠어요. “그냥”이 아니고 “‘너’니까”라고 말해야 한다고요. 그러나 저는 엄마와 아이의 보편적인 사랑을 표현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따라가 보고 싶어요.


  인간은 타인의 기억 속으로 들어갈 수 없지만 몸속에 방을 내어 열달 동안 함께 먹고 함께 숨 쉰 엄마는 예외지요. 그 대가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은 어떤 의미마저 걷어내고 무아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이 시를 대하기 전까지 제가 기억하는 ‘그냥’이란 말의 배경은 언제나 허공이었습니다. 뭔가 대답하기 곤란하거나 얼버무릴 때 제 마음을 반쯤 가려주는 편리한 말이었어요. 그런데 여기서는 ‘그냥’이란 단어가 시 전체를 지배하는 핵심어네요. 마냥 긍정적이지만 않은 말을 참으로 적재적소에 들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이란 한 단어로 가늠도 할 수 없이 말의 폭을 넓혀 놓았어요. 언어가 적을수록 단단해지는, 단순한 것의 크고 내밀한 힘이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냥이 그냥이 아닌 시지만 구태여 별다른 해설이 필요없는데 길게 쓴 것 같군요. 하지만 단 몇 줄로 무한 사랑을 끌어내는 시의 힘도 바로 이 ‘그냥’에 있지 않을까요. 가슴마다 그저 넉넉한 사랑을 키우기 위해서라는 이유 같은 거죠. 어쩌면 두려움과 불안이 우리가 딛고 있는 바닥이고 넘지 못하는 한계인지도 모릅니다. 불확실성의 터널을 지나는 이 부산스럽고 복잡한 시간에 우리 잠시 동심 속에서 그냥, 쉬어가 보았으면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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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안​ ​​l

201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2020년 《현대시학》 신인상 당선. 동시집 『사과나무 심부름』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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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