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계절의 공시사
| 저자 | 하시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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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은 바뀌어도
신이림
스웨터로 살다가
조끼로 살고,
목도리로 살다가
장갑으로 살아도,
털실 마음은 그대롭니다.
따뜻한 천성은 그대롭니다.
한 여자가 웃고 있습니다.
윤기 없는 얼굴에는 검버섯이 가득하고
마른 수수깡처럼 흔들리는 다리로 겨우 서 있는
그녀가 삐뚤게 걸려 있는
액자 속에서
불그레한 스웨터로 웃고 있습니다.
한 여자가 울고 있습니다.
희끗한 머리에 잔주름이 자잘한 손으로
삐뚤게 걸려 있는 낡은 액자를 매만지며
불그레한 털조끼로 울고 있습니다.
한 여자가 다가옵니다.
ㅡ 엄마, 또 우는 거야?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그녀가
발그레한 목도리로 다가옵니다.
한 아이가 자고 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새끼
꼼지락대는 손을 꼬옥 잡아 봅니다.
스웨터에서 두 팔이 떨려나가 조끼가 되고
조끼에서 몸통이 떨려나가 목도리가 되고
목도리에서 목 부위가 떨려나가 장갑이 되었다가
언젠가는 다 해져서 날실로 돌아가더라도
따뜻한 그 마음만은 그대로인
세상 모든 엄마들의 사랑입니다. ♣

하시안 l
201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2020년 《현대시학》 신인상 당선. 동시집 『사과나무 심부름』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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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