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계절의 공시사
 
지난 계절의 공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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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시안 

 

 

 


 눈물

 

            김규학

 

 

 

  훔치는 거

  훔치다

  들켜도

  도둑놈 소리 안 듣는 거


  내 꺼,

  내가 훔치면서도

  누가 볼까봐


  슬며시 감추는 거


  죽었다

  깨어나도

  남의 것은 절대


  훔치지 못하는 거!

 

 

 

 


 

  그렇지요. 온몸의 울음통을 흔들어 나오는 온전한 내 것인 눈물을 누군들 훔칠 수 있을까요. 태어나면서부터 평생 한 번 울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기쁨과 슬픔의 꽁무니를 몰래 따라 나오는 그것을 결국엔 울컥 들키고야 말지요. 마음이 절벽에 가 닿을 때, 가슴이 종잇장처럼 찢어져 버릴 때, 말로 다 할 수 없는 지경일 때, 혼자서 어쩌지 못해 쏟아내는 그 혼잣말을 누가 가로챌 수 있을까요. 눈물은 액체로 만들어진 투명한 말이라는 걸 당신도 아실 테지요.

 

  이 시에서 화자는 눈물은 훔쳐도 도둑이 아니지만 스스로 제 것을 훔치면서도 누가 볼까봐 슬며시 감추게 된다고 능청을 떨어요. 그러면서 남의 눈물은 절대 훔칠 수 없다고 말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제 유년에는 베틀과 부엌을 동시에 오가던 어머니의 눈물을 훔치고 싶었어요. 하루치 삯을 위해 땡볕의 공사판을 전전하던 아버지의 눈물도 훔치고 싶었어요. 기억의 늪에 빠진 등굽은 할머니에게 평생 받아온 밥 한 공기의 노고를 칠십이 넘어서야 알게 됐다고 고백하는 할아버지의 눈물도 훔치고 싶었어요.

 

  스스로를 안아줄 수 없는 우리이기에 누군가의 눈물을 훔쳐 그것으로 자신의 슬픔을 씻으며 살아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눈이 퉁퉁 붓도록 실컷 울고 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려진 걸 보게 되는 놀라운 경험도 모두들 해보았을 테지요. 왠지 자꾸만 작고 연약한 것들에 마음을 뺏기는 요즘입니다. 살아있는 것들의 맑고 차가운 눈물을 훔치는 가슴 뜨거운 눈물도둑이 되어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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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안 ​​l

201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2020년 《현대시학》 신인상 당선. 동시집 『사과나무 심부름』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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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