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계절의 공시사
 
지난 계절의 공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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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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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꽃〉, 도종환 시 / 한보리 곡

 

   

 

 

   

칠월에 보내는 안부

  

 

 

 

   

  우기의 보리울 마당

  파초가 푸르게 흔들리고

  참나리 꽃대궁이 붉어지더니 한 점 붉게 꽃을 피웠습니다

  오랫동안 안부를 묻지 못했습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여기는 벽이며 바닥, 온몸에 습기가 달라붙어 쉬 지치게 하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읽는 일로 소일하며 저는 잘 견디고 있습니다

  빨래들이 마르지 않아 새로 처마 아래 줄을 쳤는데

  긴 장마에 자꾸 나오는 빨래들을 감당하기엔 부족해

  의자에 척척 걸쳐두기도 합니다

 

  잠시 비 그친 풍경을 앞에 두고 조촐한 밥상

  된장과 고추 몇 개, 열무김치에 점심을 먹습니다

  혼자 먹는 밥은 언제나 쓸쓸합니다

  내가 먼 산을 마주하고 밥을 먹는 시간

  보리울 마당 위로 된장잠자리 떼 뱅뱅 맴돕니다

 

  숟가락을 멈추고 맙니다

  구름 잔뜩 낀 하늘을 배경으로 된장잠자리 두 마리 엉켜붙은 채

  공중에서 사랑을 나누는군요

  참으로 불편해 보이는 저 위태한 비행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황홀한 사랑입니다

  잠자리는 이제 물가를 찾아가겠지요

  그리고 알을 낳고서는 죽어가겠지요

 

  잠자리의 결혼비행이 진행되는 동안 나는

  세상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장엄함에 잠깐

  울컥 눈물이 났더랍니다

  그리고 잠자리들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는 다시 남은 밥을 물에 말아 먹습니다

 

  마당으로 장대 같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막 핀 참나리 붉은 꽃이 비에 젖습니다

  혼자 밥을 먹는 일은 참 쓸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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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리  l

시인, 작곡가, 가수. 시집 『꽃 한 송이 주지 못했네』가 있음. 자작곡 음반 〈아내는 우동을 좋아해〉 〈소를 찾아서〉, 나팔꽃 동인 음반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너를 향한 이 그리움은 어디서 오는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 참여 음반 〈집 나온 시,길 떠나는 노래〉 〈산〉 〈백창우-시를 노래하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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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