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계절의 공시사
 
지난 계절의 공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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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한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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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박기섭 시 / 한보리 곡

 

   

 

   

화사한 죽음

  

 

   

 

 한 이레나 보름쯤 살다갈 목숨이라도 

그대 앞섶이면, 그랬으면 했습니다 

청수국 이울던 저녁, 실컷 울고나 갈지라도 

 

잔뜩 움켜쥐고는 끝내 놓지 못할망정 

그대 생각이니, 그러려니 했습니다 

애매미 울고간 자리, 울음만 남을망정 

ㅡ 박기섭, 「매미」 

  

  언젠가 바닷가 기슭의 풀밭을 걷다가 띠풀에 붙어 있는 메뚜기를 보게 되었다. 발자국 소리에 푸르릉거리며 날아야 할 메뚜기가 가까이 다가가도록 도망가지 않는다. 풀잎을 그러쥔 채 죽어 있는 메뚜기였다. 나는 왜 그때 ‘입적’이라는 말이 떠올랐을까?

 

  어느 해 겨울이던가, 울타리 곁 장작 쌓아두던 터를 뒤적거리는데 삽날에 젖혀진 흙 속에 난데없이 희고 둥근 유충이 고물거리고 있었다. 엄지손가락만큼 큰 매미의 유충이었다. 날은 추웠고 무엇보다 보아서는 안될 것을 엿본 것만 같아 서둘러 흙을 덮었다.

  매미의 생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말은 그랬다, 칠 년을 땅속에 웅크리고 있다가 세상에 나와 겨우 칠 일을 울다 간다고. 그해 여름은 무척 더웠고 볕이 짱짱할수록 집 건너편 산기슭은 울울창창 매미의 울음을 쌓아놓은 숲 같았다. 매미의 생에 관해 생각한다. 땅속에서 살다 때가 되면 새끼를 남기기 위해 땅 위로 올라와 탈피를 하고, 마침내 날개를 얻어 온몸으로 울며 짝을 부른다. 결혼비행을 마치고 나면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아무렇게나 죽어버리는 매미. 화사한 죽음이다.

 

  길가 편의점이 내놓은 탁자에 앉아 캔맥주를 마신다. 바람은 곱고 볕은 따스하다. 봄이 오는가? 새잎을 내려 묵은 것을 털어내는지 회화나무 아래 무수히 많은 씨앗이 떨어져 있다. 모든 씨앗들은 어떤, 무엇의, 죽음의 흔적이겠다, 화사한. 지난 늦여름엔 회화나무 씨앗이 누워 있던 저곳에 죽은 매미가 떨어져 있었지.

 

  오면 가는 인연을 생각한다. 그 옛날 바닷가 언덕을 울며 걸었던 적이 있다. 화사한 죽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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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리 ​ ​​l

시인, 작곡가, 가수. 시집 『꽃 한 송이 주지 못했네』가 있음. 자작곡 음반 〈아내는 우동을 좋아해〉 〈소를 찾아서〉, 나팔꽃 동인 음반 〈아무도 슬프지 않도록〉 〈너를 향한 이 그리움은 어디서 오는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 참여 음반 〈집 나온 시,길 떠나는 노래〉 〈산〉 〈백창우-시를 노래하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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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