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하시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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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 타임*
나는 스토리에 방점을 찍고
그는 액션에 몰두했다
나는 그의 왼손을 미처 보지 못했고
그는 나의 정면을 방치했다
침대 위에서도 우리의 시선은 사선으로 비껴가고
방금 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손과
실시간 검색어와 좋아요를 잊지 않았다
나는 건성으로 보던 채널을 돌려
볼륨을 한껏 높이고 거울을 보지 않는다
알몸은 언제나 끝인 동시에 시작이니까
머릿속에 뒤엉킨 오감의 연결 고리가
탈선한 레일처럼 자꾸만 어긋난다
뒤돌아본 당신은 어느새 온전히 당신이 되어 있다
당신은 생각의 성감대를 만지다 만다
우리가 달려가는 지향점은
궤도를 이탈한 우주선과 지구만큼이나 멀어져 있다
그는 언제나 팩트에 매달렸고
나는 오로지 이데아에 목을 맸다
우리는 방향보다 방법에 치우쳐 있어서
그는 내가 난해했고 나는 그가 생소했다
속보가 뜨는 화면을 바라보다가
요란하게 울렸던 각각의 폰을 확인한다
실감으로 가득 찬 담배 연기 속에서
우린 아무 일도 없었으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욕구 충족 후 허무함과 허탈한 감정에 빠져드는 것

하시안 l
201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시, 2020년 《현대시학》 신인상 시 당선. 동시집 『사과나무 심부름』 『소리끼리 달달달』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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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호 신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