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016
Extra Form Output
저자 이종섶 
카메라에 잡힌 카멜레온




  빛이 터지는 순간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카멜레온
  외계를 색과 형태로 구분한다
  눈으로 빛을 감지해 일으키는 색 지각의 짝짓기로 영역을 확보한다
  살아있는 가슴에 구멍을 파 새로운 색 20~50개를 생산한다
  망막에 맺힌 진실 세포와 거짓 세포가
  낮의 유채색과 밤의 무채색을 감싸며 플래시 세례를 받는다
  지지파와 반대파로 갈라져 싸우는 번식 기간은 3~8초,
  빳빳한 나뭇잎에 배설물을 묻혀 탈색하고 다닌다
  세월도 단숨에 오를 수 있는 네 개의 긴 다리,
  휘청거리는 시대에도 단단히 매달릴 수 있는 강한 꼬리,
  좌우 배열의 스펙트럼으로 이념을 결정할 때 거침없이 사용하는 도구다
  영양 간식 사과는 빨강을 반사하고 파랑을 흡수해
  천적 앞에서 강렬한 레드 콤플렉스를 배출한다
  안쪽으로 뻗은 앞다리의 날렵한 발톱은 흔들리는 줄서기에 적합하다
  바깥쪽으로 솟은 뒷다리 솜털은 적의 숨통을 끊기에 충분하다
  지역과 혈통을 나누는 색의 연상법은 관습적으로 달라
  고귀한 보라종은 동쪽에서 슬프고 순결한 노란종은 동쪽에서 음울하다
  양쪽 눈을 360° 따로따로 움직이며 사냥하는 카멜레온,
  머리와 몸통보다 긴 끈적한 혀로
  작은 곤충들을 잡아 아첨꾼들에게 나눠준다
  입을 다물고 있다가 사정거리에 들어오는 순간
  순식간에 낚아채는 살생부,
  빛과 온도와 감정에 따라 몸의 생각을 자유롭게 바꾼다
  개체 수는 줄어도 수명은 길어져 멸종 동물이 되지 않는다
 

 

 

 

 

 

 

 

 

 

 

 

 

 

 

 

신작시_이종섶.jpeg

이종섶 | 경남 하동 출생. 2008년 《대전일보》(시), 2016년 《광남일보》(평론) 등단. 〈수주문학상〉〈시흥문학상〉 등 수상. 시집 『물결무늬 손뼈 화석』 『바람의 구문론』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