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조미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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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소비하는 감정
물웅덩이는 구름의 폐허
폐허의 색으로 사진전을 엽니다.
물컹, 액자들이 부서집니다.
우산이 지나갈 때 비는 직선을 버리고
잠시 얼굴만 남습니다.
바람이 비를 관통할 때 비는
휘어진 빗방울로 똑똑 추억을 노크합니다.
당신의 취향은 어떻습니까?
레드, 블루, 화이트 혹은 폐허
적요의 눈동자와 우울한 동공의 체위는 다릅니다.
발자국을 따라가지 마세요.
그 끝에는 큰 발의 위험한 수위(水位)가 있습니다.
살짝, 지나가는 유치한 노란색을 훔쳐봅니다.
레몬처럼 상큼한 윙크가 되기 위해
구름이 마스카라 번진
속눈썹을 깜박입니다.
어느 숫자에서 검은 양의 셈이 다 끝날지 상황을 분석합니다. 맑음과 흐림의 신호등을 세웁니다. 여담입니다만 검은 양의 건널목은 계속 빨강일 거라고 할머니가 말씀하시네요. 몸에서 삭신 한 통이 다 소진됐나 봅니다.
하얀 솜이불이 널리면 우산을 돌돌 말고 손차양 그늘을 만들어 찡그린 콧잔등 계곡에서 아이스크림을 팔아야겠습니다.
사람들은 나뭇잎과 꽃, 커피 향 속에 모여
하루치의 감정을 마시고 있지만
젖은 등짝엔 아직도 폐허가 자라고 있군요.
다행입니다
침수되지 않아서

조미희 | 2015년 『시인수첩』 등단.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