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김진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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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와 안개 사이
그때 알 수 없는 또 다른 골목이 지나갔다 빗소리처럼 검은 것들이 겹쳐지는 것 같기도 하는
나무들도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분별이 무의미해지는 것일까 또 지나가는구나 얼굴들이, 그림자가, 대지가 어둠을 느낄 때,
그게 무슨 대수라고, 말들이
자작나무와 안개 속을 지나는 사이
그 순간 지워지는 것이 무엇일까 지금까지 선명하게 기억했는데 오늘, 여기에도 없고 거기에도 없고 사이에도 없어요 당신, 그러니까
어디에 있는 건가요
그래, 모든 것은 모였다 사라지는 때가 있지 낯선 아침을 맞이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무엇이 없는 건가요
알 수 없는 또 다른 그림자가 또 지나갔다 말을 꺼내기 전의 적요(寂寥), 연주가 끝난 후
어디에 있는 건가요
그림자 속에 빈틈이 생기자 쌓였던 존재들
수많은 빗소리처럼 후두둑 쏟아져 나온다
튀어 오르는 연어처럼 잠시, 눈앞에 보였을 뿐,
순간 밝았다가 소멸하듯
생각의 무게가 구겨지고 접히는 곳에서 헤매기도 하지만 무엇을 버리지 않는
세계는 아득하다

김진돈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과 대학원 졸업(한의학박사). 2011년 『열린시학』 『시와세계』 등단. 시집 『그 섬을 만나다』 『아홉 개의 계단』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