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천수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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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혀
가방 속에 왼손을 집어넣었더니
돌멩이 하나가 손끝에 닿았다
돌이 아니었다면 얼룩인지도 몰랐을
붉은 혀 문양이 찍힌 바닷가 돌
핏빛이어서 따끔한 건 아니었다
죽거나 살아서 돌아오는 해전을 겪은 여름처럼
아직 반쯤은 눅눅한 돌
에게 해의 울음이 가득 차서
차마 넘치지 못한 수위가 돌의 혀로 굳은 것
발을 놓쳐서 물의 깊이를 알아낸 그날
말이 따로 필요치 않아서 물밑으로 가라앉은 혀
서로 무관해서
시끌벅적한 얼룩
시큼한 얼룩
회향초 향의 얼룩
거기까지 갔다 와도 도드라지는 건 얼룩들뿐
기울일 때마다 자갈 소리가 나는 백지에
그대로 옮길 수 없어서
주먹을 눌러서 돌이 된 딱딱한 파도와
내가 두고 온 말들이
돌에 문양으로 뻗는 날이었다

천수호 | 경북 경산 출생.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아주 붉은 현기증』 『우울은 허밍』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