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이윤학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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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
족제비싸리 군락 중간에 누워
달을 바라본 흔적이 남았다
펑퍼짐한 돌에 앉아
밤새 낚시를 하는 남자가 보였다
꽃이 피자
달맞이 꽃대는 기울기 시작했다
머물러 있는 물은
더러운 때가 낀 폐비닐이었다 가끔씩
소주병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물 위에 물방울 접시들이 떠올랐다
비닐에 숨구멍이 뚫렸다 사라졌다
여자는 캠핑카와 연결된 해먹에서
자신의 정신지체를 다룬 작가의
소설책을 뒤적이다 잠이 들었다
석류 알갱이에서 골방의 쉰내가 퍼졌다
천변에서 자란 국화 송이들이
오십만 년 전 별빛을 숭배했다
눈이 매웠고 속이 울렁거렸다
족제비싸리가 정처 없이 잎을 떨었다
막차를 떠나보낸 터널의 양방향 끝을
남자는 바라보았다
내려놓은 소주병이 풀벌레로 채워졌다
무시동 히터가 켜졌다 캠핑카 안으로
여자를 안은 남자가 들어갔다 나왔다
담뱃불을 붙인 남자가 서성거렸다
캠핑카 창문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윤학 | 충남 홍성 출생.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먼지의 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그림자를 마신다』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나를 울렸다』 『짙은 백야』, 장편동화 『왕따』 『샘 괴롭히기 프로젝트』 『나 엄마 딸 맞아?』, 산문집 『불행보다 먼저 일어나는 아침』이 있음. 〈김수영문학상〉 등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