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오성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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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
우리 회사 구내 커피숍 이름은 티타임입니다
잘생긴 청년이 빨간 티에 까만 안경을 쓰고 커피를 팝니다
그는 큰 소리로 꾹꾹 글자 눌러 쓰듯 말을 하는데
연필심처럼 그의 말은 자주 툭툭 부러집니다
지적장애가 있다고 합니다
그의 얼굴은 커피색, 티타임 메뉴판은 녹두빛입니다
거긴 가지가지 슬픈 메뉴들이 있습니다
뜨거운 슬픔과 차가운 슬픔과
쌉쌀한 슬픔과 달달한 슬픔과
여러 슬픔들을 믹서에 갈아 섞은 슬픔이 있습니다
큰 컵은 좀 비싸고 작은 컵은 좀 쌉니다
나는 티타임 주문대 앞에서 슬픔의 목록을 올려다보다가
무어라 말하고 아득히 무슨 생각인가에 잠겼습니다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하고 그가 외쳤습니다
뜨거운 커피를 시켰다고 생각한 나는 혼자 먹먹해졌습니다

오성일 | 경기 안성 출생. 2011년 『문학의봄』 등단. 시집 『외로워서 미안하다』 『문득, 아픈 고요』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