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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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하상만 

 

  다른 사람들*의 말들로 쓴 시

 

 

 

  일요일 아침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이제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나

  태양이 사라져도 지구는 17분간 공전궤도를 유지한다

  사람이 떠나도 금방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나

 

  일요일 아침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이제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나

  하루살이의 뱃속은 텅 비었고 알들은 목구멍까지 가득하다

  배고픔보다는 외로움이 더 참기 힘들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나

 

  일요일 아침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이제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나

  호수에 떨어지는 물방울들은 제각각 자신의 중심을 만든다

  중심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서나 세울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나

 

  일요일 아침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이제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나

  노란색은 노란색을 반사하고 파란색은 파란색을 반사한다

  받아들이지 않은 그 색을 본색이라 부른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나

 

  일요일 아침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이제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나

  인류는 속살을 뒤집어 입술을 만들었다

  사랑하기 위해 입술이 필요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나

 

  일요일 아침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이제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나

  N극으로 못 끝을 문지르면 못 끝은 S극이 된다

  극과 극은 서로를 끌어당기고 삶을 문지른 곳에 죽음이 생긴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알고 있지 않나

  제대로 된 단풍 구경은 제대로 된 죽음을 보는 여행이라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알고 있지 않나

  남과 달라지지 않으려 애쓰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알고 있지 않나

 

  일요일 아침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이제 너무 많은 말을 하지 않았나

  우리는 이제 너무 많은 책을 읽었다

  그래서 계속 행복과는 멀어지고 있는 거라고

  우리는 그렇게 알고 있지 않나

 

 

 

  *최재천 등 어느 과학자들과 요시노 히로시, 이동호 등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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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만 | 2005년 『문학사상』 등단. 시집 『간장』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