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박미란 | ||
|---|---|---|---|
여수 여관
밥알로 풀죽을 쑤면서 지저귀는 새들아
소리를 죽이며
가만히 물속에 물을 풀어놓아라
지금은 매화 피고 핏줄 속에 피가 피고, 한때 폈던 것들이 죽고 오직 그것만이 죽고
뱃사공 없이 훠이훠이 노를 저어 며칠 쉬면서, 쉬어 보면서 지나리라
지나서 말하리라
세상에 일어나지 않을 일도
안 될 일도 없다
몸살이 나도록
여기가, 여기가 어디인가
여수 근교의 여관인가 섬진강인가 그토록 청산인가 묵을 데 몰라 아득하려나
그러지도 않으려나
빛이 찢어지는 고요함으로
세상 것들은 스러지고
몸속에 물이 자꾸 차오르는데
지금은 매화 지고 오직 지는 것만 지고, 피가 마르고, 목이 빠지도록 기다릴 게 있었던가 그것들 돌아오지 않아도
우리는 쉼 없이 피었다가 졌다

박미란 | 199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다』가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