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문동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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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검(變脸)
깡마른 사내는 병색이 짙어 보였다
어떤 음식 냄새도 없는 소주 냄새를 풍기며
은근히 다가와 기계에 대해 아는 체를 한다
소심한 어투로 분해 직전일 것 같은 이력을 소음처럼 주절거린다
먼지 낀 땀은 눈알을 시리게 긁는데 그때가 눈이 가장 잘 보일 때
그가 제 생애를 다 말하기 전에 파편을 알 것 같다
그는 마술같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폭염주의보에 기계실 온도는 40도를 웃돌았다
그의 아내는 보리차를 내왔다
연이어 그들의 아들로 보이는 말쑥한 청년이
싱긋 웃으며 아이스바도 먹으란다
이름도 아맛나였다, 나는 아맛나! 입꼬리로 웃으며
찬 것을 따뜻하게 먹었던 것 같다
차차 땀이 가셨고 일도 실마리가 보이는 듯했다
나는 잠깐 궁상스러웠던 내 아버지도 보았고
다시 어떤 의연하고 친절한 얼굴들이 나타나
아버지의 피폐한 얼굴을 바꾸는 것도 보았다
조금씩 살이 붙고 술 냄새가 가시는 아버지
밭은 숨을 그치고 씩씩하게 계단을 뛰어 내려가는 아버지
땀은 끝끝내 가면이 될 수 없으리라
지금보다 훨씬 궁핍한 몰골로 당신에게 말을
걸고 싶을 때가 있으리라
그리스가 마른 베어링처럼
제 뼈가 제 뼈를 깎아 먹으며
땀조차 나지 않을 늙은 몸 하나가 걸어와
외롭게 말을 걸어볼 때가
그때까지 믿어 보려는 것이다
땀이라는 오래된 가면이자 연민을

문동만 | 1994년 『삶사회그리고문학』 등단. 시집 『그네』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