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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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규정 

 

 

  나는 어느 날 비 내리는 운동장 느티나무 밑에 서 있을 것이다

 

 

 

  사는 것보다 죽는 일이 더 힘들다는 것을, 이웃에 살던 주정뱅이가 숟가락을 던졌다는 말을 들었을 땐 그저 시큰둥해서, 잘 갔네 리모컨이 필요치 않은 곳으로!

 

  티브이를 켜면 시민단체 집회에 맞불을 놓는 로보캅 같은 보수단체들이 반대 시위 하는 장면이 반복 방영되는 화면을 잘도 떠났으니

 

  어제나 내일이나 얼마나 다스리기 불편한 리모컨일까

 

  동네 사람들이 데모부부라 왜 부르는지는 몰라도 틈만 나면 시위 현장에 나가 목이 터져라 무얼 외쳤는지, 역시 그 무렵에 눈이 맞아 만나 같이 살았다는 마누라는 그의 머리맡에서 방바닥을 두드리며

 

  힘내라 힘!

 

  젖 먹던 힘까지 써야 이 술을 받아 마실 수 있어, 반절은 쏟고 나머진 흘리며 소주 한 방울을 혀끝에 달고 천둥 벼락까지 동원된 들창문이 동녘처럼 훤하게 밝았을 때 꼴깍 숨을 넘겼다는 말을 들었지

 

  공공근로를 할 때다, 만나기만 하면 강산이 변해 남들 다 잊어버린 혁명가요를 줄줄 외우며 어이 인텔리겐치아 당신 시를 쓴다던데 시운동은 안 합니까 가래침을 아시안게임에 나간 역도선수처럼 들어 올리던 그 탁한 목소리!

 

  벅차야 했다, 산 세상보다 한순간을 넘겨야 할 숨이 그리 벅차다면, 나는 어느 날 비 내리는 초등학교 운동장 느티나무 밑에서 입을 멍하니 벌리고 먹구름을 바라보며 오래오래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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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규정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다다』 등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