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김추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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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이력
―생명의 환(幻)
나 한때는 바싹 마른 가랑잎이었던 게다
혼자서도 중얼중얼 두런거리는 것이
밟히면 바스스 의식의 세포들 바스러지며
제 늑골 아래 울음을 숨기는 것이
나 한때는 한뎃잠 자는 노숙자였던 게다
집을 두고 떠도는 것이
누덕누덕 시간의 옷 있는 대로 걸치고
바람 길을 따라 모래의 땅을 궁글어 다니는 것이
돌아갈 생각에도 귀가를 미루는 것이
나 한때는 개, 상갓집 개였던 게다
동쪽 구린내에 짖고
서쪽 흐린 물통을 엎어버리고 싶고
마음이 어린 비리고 떫은 것들을 찾아 울 것들을 찾아 짖을 것들을 찾아
선선히 웃어주는 것이
선선히 울어주는 것이
허공 속의 둥지를 꿈꾸는 나, 한때는 바람이었던 게다

김추인 | 경남 함양 출생. 1986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모든 하루는 낯설다』 『전갈의 땅』 『프렌치키스의 암호』 『행성의 아이들』 등과 저서 『채만식의 전 희곡 연구』가 있음. 〈만해‘님’문학상작품상〉 〈한국의예술상〉 수상.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