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최상해 | ||
|---|---|---|---|
단절
아침에 나갔다 저녁에 돌아왔을 뿐인데
해를 안고 걷다 해를 등지고 걸었을 뿐인데
그래 딱 한 바퀴만 돌았을 뿐인데
마을이 통째로 사라지고 없다
앞집 옆집 그 송송한 집들 사이 작은 골목들
다들 어디로 갔을까
바람이 유독 많아
바람이 불면 언젠가 날아갈 것 같은 지붕을
붙들고 잠들곤 했던 동네
약국을 지나면 작은 우체국이 있고
담장이 낮은 초등학교 맞은편엔
족발집과 통닭집과 국숫집 옷가게가 뒤엉켜
떠들썩하게 하루를 열고 닫던 시장통
어깨는 처졌지만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
지붕 낮은 골목을 돌고 돌아 하루를 마감하던
창원시 대원동 두대마을 들머리
간판이 큰 슈퍼가 있던 자리에 거대한 크레인이
점령군처럼 눈을 번뜩이고 앉아 있다
창원에 첫발을 내린 지 25년
내 아이의 추억과 거친 경상도 사투리에
당황했던 시간들과 흔적이 고스란히 사라졌다
언젠가 합천댐에서 보았던
“수몰된 고향을 기억하라”고 써놓았던
다리 표석이 떠올라
그날처럼 쉽게 자리를 뜰 수가 없다
바람이 유독 많았던 동네
오늘도 바람이 좀 세게 불어주기만 하면
그 떠들썩했던 시간들이 제자리로 돌아올 것만 같다
그러나 낮은 지붕을 걷어낸 자리엔 고층아파트가 치솟고
바람마저 기가 죽어 흔적 없는 두대마을에서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에 짓눌린
지난 시간들이 내쏟는 비명을 듣는다

최상해 | 강릉 출생. 2007년 『사람의문학』 등단. 시집 『그래도 맑음』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