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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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동범 

 

 

  Vacation

 

 

 

  그것은 등화관제 훈련의 숨죽인 어둠입니까. 아니면 민방위 훈련의 텅 빈 거리입니까. 불빛이 새어나가면 창문마다 흐느낌은 시작됩니다. 사이렌이 울려 퍼질 때 기원을 알 수 없는 식물들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고, 여름밤의 풀벌레는 비로소 평화로운 전원이 되어갑니다.

 

  그것은 마치 워터파크의 밤을 배회하는 익사체처럼, 기이하고 불온한 순간들을 호명합니다. 민방위 훈련의 공습경보가 울리는 순간마다, 태어날 수 없는 아이들은 모든 무덤들의 연원을 궁금해하기로 합니다. 그러나 라디오의 채널들이 금지된 서사를 전송하는 순간에도 대관람차의 연인들은 그저

 

  키스를 거듭할 뿐입니다. 공습경보의 끝에는 그렇고 그런 신파만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등화관제의 캄캄한 밤은 무덤도 없이 사라진 누군가를 허밍할 뿐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리운 밤에는 부리도 없이, 날개도 없이,

 

  지쳐버린 철새떼는 해안선을 따라 고요하게 출렁입니다. 태어나지 않을 아이들이 배회하는 해안선으로부터, 끝나지 않는 울음들은 융기를 거듭하고, 저녁은 이윽고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순간처럼 물러갑니다. 휴양지로 향하던 고속버스가 불길에 휩싸이면

 

  태어나지 않을 아이들의 해변은 잊을 수 없는 서사를 이윽고 완성합니다. 그것은 난파당한 배들의 잊을 수 없는 항로입니까. 아니면 무덤도 없이 펼쳐지는 누군가의 이야기입니까. 바다가 차오를 때, 그곳으로부터 죽은 자들의 음성은 흘러나옵니까. 그리하여

 

  그것은 등화관제 훈련의 숨죽인 어둠입니까. 아니면 민방위 훈련의 텅 빈 거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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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범 | 경기 안양 출생. 2002년 『문학동네』로 등단. 시집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 『카니발』 『금욕적인 사창가』, 산문집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평론집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4년 11개월 이틀 동안의 비』, 연구서 『오규원 시의 자연 인식과 현대성의 경험』 등이 있음. 〈딩아돌하작품상〉 〈미네르바작품상〉 〈김춘수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