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 저자 | 함명춘 | ||
|---|---|---|---|
감기
어느 스님에게 감기가 왔대요
스님은 부처님 보듯 큰절을 하고는
이 엄동설한에 고열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편하게 살아온 저에게 큰 두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왕 오신 거 제 몸에서 편히 쉬었다 가십시오 했대요
하루는 시자 스님이 감기약을 가지고 왔는데
지그시 스님이 웃으시며
지금 감기님께서 가신다 하니
문이란 문은 다 열어놓으라고 했대요
다시 부처님 보듯 큰절을 하고는
이토록 제 몸을 날아갈 듯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꼭 오십시오 했대요
그날 이후 입적하시는 날까지 스님께서는
감기 한번 안 걸리셨대요
스님만 보면 오던 감기도 절레절레 머릴 흔들며
다른 길로 한참을 돌아서 갔대요

함명춘 | 강원 춘천 출생. 199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빛을 찾아 나선 나뭇가지』 『무명 시인』이 있음.
월간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08
